이 대통령이 밝힌 한·미 회담 뒷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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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운전할까요?(Can I drive? 이명박 대통령)” “해보실래요?(Do you want to drive? 부시 대통령)”

19일 캠프 데이비드에 도착한 이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의 전용카트를 운전한 것은 이 대통령이 먼저 제안했기 때문이었다. 그동안은 부시 대통령의 제안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 대통령은 21일 “내 제안에 부시 대통령은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운전대를 넘겼다”고 설명했다.

21일 이 대통령은 일본 도쿄에서의 수행기자단 간담회에서 한·미 정상회담의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카트에서 부시 대통령이 내게 ‘피곤하냐’고 물어 ‘난 안 피곤한데, 당신은 피곤하냐’고 되물었더니 그가 ‘그럼 한 바퀴 돌자’고 해 1시간30분을 돌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이 ‘왼쪽’ ‘오른쪽’이라고 안내하며 재미있게 돌다 보니 굉장히 친해졌다. 만찬 때는 십년지기가 된 것 같더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18일 만찬에서는 두 대통령이 함께 손잡고 기도를 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이 ‘손을 잡고 기도하자’고 하더라”며 “이런 일은 아무와 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아주 좋은 일이다. 상대를 위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이 ‘이 대통령이 힘들어 하거나 한국 입장에서 어려운 것은 얘기하지 말자’고 하더라”며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MD(미사일방어 체제), 아프가니스탄 파병 등의 주제는 공·사석에서 아예 의제가 되지 않았다. 앞으로도 당분간 안 나올 것 같더라”고 말했다. 또 주한미군의 추가 감축 계획 백지화 결정과 관련해 이 대통령은 “연내 감축하기로 했던 3500명이 아파치 헬기 관련 핵심 공군 인력이란 얘기를 듣고 고민하다 내가 미 국방장관을 만났을 때 먼저 얘기를 꺼냈다”며 “그후 부시 대통령이 ‘양국 군사력에 큰 영향을 준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러면 안 되지 않느냐’며 우리 측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여 깜짝 놀랐다”고 했다.

한국의 미 비자면제프로그램(VWP) 가입 양해각서 체결에 관해서도 이 대통령은 “라이스 국무장관은 1년은 걸릴 것이라고 했는데 부시 대통령이 늦어도 올 10월까지는 해야 한다고 해 앞당겨진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에게 조언했던 얘기도 꺼냈다. “과거 힐 차관보에게 ‘북한과 협상할 때는 시차 때문에 피곤한 기색을 보이면 북한이 더 달려든다’고 조언했더니 그는 훗날 내 귀에 대고 ‘충고가 좋았다. 세수를 하고 더 생생한 표정으로 협상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선 “부시 대통령이 노력하고 있고, 민주당 대선 후보들도 국익을 생각하고 있다”며 “양국 의회 비준이 올해 안에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대통령은 “국가 원수들을 초청해 청와대에서 만찬하고 호텔로 보내는 식의 우리 외교는 너무 단순했다. 캠프 데이비드에서 많이 배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6월 초 한·미 국방장관 회담=한국과 미국은 6월 초 서울에서 양국 국방장관 회담을 열어 양국 정상이 합의한 ‘21세기 전략 동맹’을 구체화할 것이라고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이 밝혔다. 이 소식통은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6월 초 서울을 방문, 이상희 국방부 장관과 구체적인 동맹 강화 계획을 논의할 것”이라며 “두 사람이 합의한 내용은 7월 서울에서 이뤄질 2차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상회담에서 거론되지 않은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PSI 한국 참여 등 문제들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도쿄=최상연 기자

◇주한미군 아파치 대대=주한미군 2사단에 배속된 AH-64D(아파치 롱보) 아파치 공격 헬기 대대. 이 헬기는 북한군 기갑사단의 남하와 특수부대의 해상 침투를 막는 게 목적이다. AH-64D는 아파치 기종 중 무장과 자동 조준 능력을 향상시킨 최신형으로 공격 헬기 중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2개 대대가 주둔 중이며 이 중 1개 대대가 주한미군 3500명 감축 계획에 포함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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