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ve Earth Save Us] 아끼고 줄이고 천천히 프랑스 파리‘환경영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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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나탕 모리스(오른쪽에서 둘째)는 지난달 파리 시내에서 동료들과 함께 슬로푸드와 유기농 식품 이용 캠페인을 벌였다. 모리스가 패스트푸드점인 맥도널드 앞에서 유기농 사과를 나눠 준 뒤 회원들과 포즈를 취했다. [‘젊은환경운동가들’ 제공]

프랑스의 명문 대학인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SciencesPo) 3년생인 조나탕 모리스는 아침에 샤워를 할 때 웬만해선 찬물로 한다. 18일(현지시간) 이 학교에서 만난 모리스는 “물을 데우려면 에너지가 소비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샴푸나 린스도 쓰지 않는다. 오로지 무공해 비누만 이용한다. 그의 가방에 꼭 들어가는 것이 있다. 머그컵이다. 종이컵을 쓰지 않기 위해서란다. 그가 보여 준 공책에는 깨알 같은 글씨가 가득했다. “종이를 만들려면 나무를 베야 하지 않느냐”는 설명이었다. 그래서 종이는 새까매질 때까지 쓴다. 그의 유일한 교통수단은 자전거다. 나중에 돈을 벌면 환경 오염이 덜한 하이브리드카를 살 생각도 있지만, 일반 자동차는 관심 밖이다.

“불편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어릴 때부터 습관이 돼 자연스럽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어디를 가도 머그컵과 무공해 비누, 자전거 등은 기본 준비물”이라고 말했다.

그가 실천하는 환경 보호론자가 된 데는 고향과 부모의 영향이 컸다. 자연 경관이 수려한 노르망디의 캉이 그의 고향이다. 그는 어릴 적부터 부모로부터 “아름다운 자연은 우리가 빌려 쓰고 있는 것인 만큼 망가뜨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말을 숱하게 들어왔다. 모리스가 고등학생이 된 뒤로는 거꾸로 그가 부모들에게 친환경 생활을 적극 권유하는 입장이 됐다. 우선 그는 집안 곳곳에 에너지 절약 안내문을 붙였다. 욕실과 부엌의 수도꼭지 위에는 ‘물 절약’, 전기 스위치 위에는 ‘전기 절약’이라고 써 붙였다. 겨울에는 항상 스웨터를 입고 있자는 제안도 내놓았다. 그는 “캉은 겨울이 그리 춥지 않아 옷을 좀 껴입으면 난방을 안 해도 지낼 만하다”고 말했다.

대학에 들어간 뒤 파리에서 자취를 하면서도 친환경 삶은 이어지고 있다. 고향 집에 갈 때는 물론 여행할 때는 언제나 기차가 우선이다. 그는 “기차 요금이 항공료보다 비싼 경우가 더 많지만 비행기는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탄소 상쇄 운동의 회원이기도 하다. 탄소 상쇄 운동은 자신이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돈으로 계산해 탄소 상쇄 회사에 지불하는 환경운동이다. 그러면 이들 회사는 환경 사업에 이 돈을 투자한다. 파리에서 니스까지 비행기를 이용하면 1인당 탄소 발생 비용 25유로를 내는 식이다.

모리스는 교내 환경운동 모임인 ‘젊은 환경운동가들’(Les Jeunes Verts·레 죈 베르)의 대표로서 친환경 대학을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는 학교 당국에 건의해 교내 휴지통을 모두 분리수거형으로 교체했다. 교내 에어컨 철거와 탄소 상쇄 운동 참여도 요구해 놓은 상태다. 다른 회원들과 정기적으로 길거리에 나가 환경 보호 캠페인도 한다. 지난달에는 슬로푸드(slow food) 운동과 유전자 변형 농작물 반대 운동을 펼쳤다. 이날 이 대학의 학생식당에선 점심시간에 유기농 식단이 제공됐다. 모리스와 회원들이 수차례 파리시에 요구해 본 결실이다. 파리 시내 대학식당은 파리시가 관리한다.

모리스는 대학 졸업 후 환경 공무원이 될 계획이다. 그는 “환경운동가로서 환경 정책을 요구하는 것보다 직접 획기적인 환경 보호 정책을 입안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환경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의무”라고 거듭 강조했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시앙스포=프랑스의 인재 육성 특별 대학인 그랑제콜 가운데서도 최고로 친다. 프랑수아 미테랑,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이 이 학교를 졸업했다. 총리는 리오넬 조스팽 등 12명을 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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