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금 날릴 위험 감수하고 광물 확보 안간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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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호 16면

세계 비철금속 생산량의 10%를 담당하는 아연 제련업체 고려아연은 지난해 광업진흥공사 등 2개 업체와 함께 호주 퀸즐랜드 주정부의 아연 탐사 사업권을 따냈다. 앞으로 5년 간 1500만 달러(약 145억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이성철(41) 고려아연 차장은 “아연 매장량이 충분하지 않으면 투자금을 잃을 위험도 있지만 10년, 20년 후에 아연을 확보하지 못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직접 광산 개발 뛰어든 제련업체들

고려아연은 2005년 아연을 확보하지 못해 생산량이 전년 대비 6.3%가량 줄었던 경험이 있다. 매년 10만t의 아연을 제련하던 미국 제련공장(BRZ)도 매각했다. 중국 등의 아연 수요가 늘어 가격이 급등하자 해외 광산업체들이 새로 계약하는 것을 거부하거나 기존의 공급량을 줄였기 때문이었다.

2005년 t당 1382달러이던 아연 가격은 1년 만에 3273달러로 올랐다. 그러자 광산업체들은 광산 지분을 가지고 있는 제련업체에 아연을 우선 공급했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아연이 자취를 감춰 현금을 갖고도 물건을 구하지 못했다. 이 차장은 “싸게 사기 위해서가 아니라 필요한 양을 제때 공급받기 위해 광산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의 연간 생산량인 95만t을 제련하려면 그 두 배의 원석이 필요하다.

광물 수요가 가파르게 늘자 제련업체들이 직접 광산 개발에 나서고 있다. 광산업체들이 10~15년씩 장기 공급 계약하던 것을 1년 단위로 바꾸면서 물량 확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1970년대부터 해외 탄광에 투자하고 있는 포스코는 10여 년 전 철광산에도 눈길을 돌렸다. 고철도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철이 귀해진 까닭이다.

우선문(55) 포스코 오스트레일리아 법인장은 “제련공장이 한번 가동을 멈추면 재가동하는 데 3~4개월 걸린다”며 “24시간 공장을 가동하려면 원료인 광물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것이 중요하다”며 철광산 투자에 뛰어든 이유를 설명했다.

포스코의 지분투자는 안정적인 물량 확보로 이어졌다. 호주 필바라 광산에서 해마다 생산한 철광석의 20%를 공급받고 있으며, 잭스힐 광산에서는 2010년부터 100만t의 철광석을 들여올 계획이다. 포스코는 98년 브라질에 펠릿 생산 공장을 세웠다. 이 공장에서는 매년 234만t의 펠릿을 공급 받는다. 펠릿은 상품성이 없는 철광을 제련해 만든 철이다. 구리 제련업체인 LS니코동제련도 지난해 광업진흥공사와 함께 페루 마르코나 구리 광산에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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