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week& 웰빙] 8체질 의학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14면

신비의 8체질 의학을 아시나요?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태양인' 이제마의 사상의학(四象醫學)은 사람의 체질을 넷(태양인.태음인.소양인.소음인)으로 나눴다. 8체질 의학은 이를 다시 8가지로 세분한 것이다. 창시자는 한의사 권도원 박사(83.서울 제선한의원). 경희의료원에서 15년 이상 진료한 경력이 있는 권박사가 1960년 8체질에 따른 침술법(鍼術法)을 선보이면서 사상(四象)을 뛰어넘는 8체질 의학이 태동했다.

*** 건강·결혼·직업은 체질 먼저 알아야

권박사는 수많은 환자들의 맥을 짚어 오다가 우연히 8종류의 맥을 찾아냈는데 각각의 맥에 따라 질병.성품.체형.재능 등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냈다. 8체질은 목체질(목양.목음).토체질(토양.토음).수체질(수양.수음).금체질(금양.금음)로 체질마다 실(實)한 장기와 허(虛)한 장기를 갖고 있다고 한다.

◆ 맥을 짚어 체질 감별한다="작고 마르면 수음, 인상이 후덕하고 듬직해 보이면 목양, 부지런하고 판단력이 빠르면 토양, 화장실에 자주 들락거리면 목음, 내성적이고 꼼꼼하면 수음." 이처럼 외모나 성격에 따라 8체질을 알아내는 방법도 있지만 이것만으론 불충분하고 부정확하다. 동래한의원 김영태 원장은 "8체질 의학에서 체질 감별은 맥을 짚어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한다. 권박사는 맥만으로 환자의 체질을 감별한다. 맥 외에 문진.설문조사.침.약 등을 써서 체질을 판정하는 한의사도 많다.

강남의림한방병원 배철환 원장은 환자의 체질에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침.약을 일단 처방한다. 그리고 이틀 뒤 환자를 다시 만나 체질 판정이 옳게 됐는지 재평가한다. 체질 감별은 전문가라 해도 10%쯤의 판정 오류는 있게 마련이다. 잘못된 판정으로 약이나 침을 쓰면 효과는 거의 없고 부작용만 강해진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체질도 혈액형처럼 100% 유전된다는 것이다. 가령 아버지의 체질이 목양, 어머니의 체질이 수양이면 자녀들은 목양.목음.수양.수음 중 하나를 갖게 된다.

◆ 체질을 알면 건강이 보인다=8체질 의학자들은 "같은 자리에서 동일한 음식을 먹어도 어떤 사람은 중독이 되고, 어떤 사람은 건강에 큰 도움을 얻는다"는 말을 흔히 한다. 똑같은 인삼을 먹더라도 기운이 나고 혈색이 좋아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알레르기.열.두통 등을 일으키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극단적인 차이의 원인은 사람마다 체질이 다른 데 있다고 본다. 8체질 의학에서 암은 침(50%)과 식이요법(50%)으로 치료한다. 침을 놓는 것은 자율신경을 자극해 암 환자의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를 풀어주기 위해서다. 식이요법은 환자의 체질에 따라 즐겨 먹어야 할 음식과 금기 식품을 알려주는 것이 핵심이다.

김원장은 "체질만 제대로 알면 못 고칠 병이 거의 없다"고 들려준다. 불임.간염.디스크.위장질환.고혈압.당뇨병.소화불량.과민성 대장증후군.만성 피로증후군 등을 체질의학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환자가 자신의 체질에 맞는 침.약.음식을 한달쯤 먹으면 혈압이 보통 20~30 떨어진다. 그러나 통증이나 교통사고 등 외상 환자에겐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권박사는 암.간경화.신부전 등 현대의학이 난감해하는 질병들까지 8체질 의학에 근거해 치료한다. 간 이식수술을 받아야 할 만큼 심각했던 간암 환자를 침과 식이요법으로 낫게 했다.

◆ 음식이 중요하다=8체질 의학자가 말하는 건강한 사람이란 '우연하게' 자신의 체질에 잘 맞는 음식을 즐겨 먹는 사람이다. 반대로 병원 출입이 잦은 사람은 대체로 자신의 체질과 전혀 안 맞는 음식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절반은 목체질(목양.목음)이다. 이들은 간이 실(實)하고 폐가 허(虛)한 유형이다. 따라서 간 에너지를 식혀주고 폐 에너지를 높여주는 음식인 쇠고기가 '보약'이다.

극히 드문 체질인 금체질(금양.금음)은 목체질과는 반대로 폐가 실하고(뜨겁고), 간이 허하다(차다). 이들에겐 해산물 등 간을 보(補)하는 음식이 권장된다.

인구의 약 25%를 차지하는 수체질(수양.수음)은 신장.방광이 뜨겁고, 위장.췌장이 찬 것이 특징이다.따라서 위장.췌장의 에너지를 올려줘야 한다.이들에게 딱 맞는 인삼.홍삼.찹쌀.닭고기.개고기.사과.귤.밤 등이다.

역시 인구의 25%를 점하는 토체질(토양.토음)은 수체질과는 정반대로 위장.췌장이 뜨겁고, 신장.방광이 찬 유형. 이들에겐 신장.방광을 보해주는 돼지고기.보리밥.게.새우.오이.참외.알로에 등이 최상의 식품이다.

배원장은 "수체질자에게 좋은 닭고기나 삼계탕을 토체질자가 먹으면 두통이 생기고, 토체질자에게 좋은 돼지고기나 보리밥을 수체질자가 먹으면 설사를 한다"고 예시한다.

◆ 결혼.직업에도 체질 이론 적용돼="연애할 때는 같은 체질끼리, 결혼은 다른 체질끼리." 반대되는 체질끼리 결혼하는 것이 적어도 부부의 건강면에선 유익하다는 것이다. 8체질 의학자들은 부부가 같은 체질인 경우 키스나 성생활 횟수를 줄이고, 부부관계 후 각방을 쓰는 것이 좋다고 권한다.

각자의 체질에 맞는 직업도 따로 있다. 금체질인 사람은 다른 사람 밑에서 일하기 힘들어한다. 이들은 독창성이 있으므로 예술가.발명가로 장래를 설계하는 것이 좋다. 목체질은 두루두루 여러 직업을 택할 수 있는데 회사 중역의 70%는 이 체질이다. 수체질은 공무원이나 꼼꼼하게 장부를 만지는 일에 적성을 보인다. 활달하고 봉사심이 있는 토체질은 외근.영업직이 잘 맞는다. 또 이들은 성욕 억제가 잘 되는 유형이어서 신부.수녀 등 성직자의 길을 택해도 큰 어려움이 없다.

◆ 약점도 있다=우선 체질 판정법이 확립돼 있지 않는 등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 창시자인 권박사가 자신의 의학을 알리는 것을 극도로 꺼려 외부에 널리 소개되지 않았다는 것도 약점이다. 관련 학회도 아직 없다. .

이런 이유들 때문에 한때 8체질 의학은 의학.약학계는 물론 한의학계에서도 이단시됐다. 그러나 지금은 300~400명의 한의사들이 치료에 적극 활용할 정도로 효험을 인정받고 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