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 주식은 비자금 아닌 이 회장 재산 결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특검팀은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의혹에 대해 이건희 삼성 회장이 지시를 내리지는 않았지만 간접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 삼성증권 차명계좌의 자금과 주식은 회사 돈을 빼내 마련한 비자금이 아니라 이 회장의 개인 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조 특검은 “성역 없이 철저하게 수사했고,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충실하게 진상을 밝히는 데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구조본이 경영권 승계 주도”=조 특검은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을 지시한 것은 아니지만, 회장의 손발과 같은 조직인 구조조정본부가 한 일인 만큼 이 회장도 알고 있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룹 비서실 재무팀이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과 실권주 배정을 주도하면서 현명관 당시 그룹 비서실장과 이학수 비서실 차장 등에게 보고했고, 그 내용이 회장에게도 전달됐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1999년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저가 발행한 의혹에 대해서도 같은 논리로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분식회계 주장 근거 없어”=특검팀은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중공업·삼성항공·삼성물산·삼성엔지니어링·제일모직에서 수조원대 분식회계가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근거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회계법인으로부터 제출받은 감사 조서와 외부 공시 자료, 계열사 회계 자료를 확인했으나 김씨의 분식회계 주장에 부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해외 운송비 과대 계상, 삼성SDS의 전산 관련 경비 조작 등의 의혹과 제보들도 내사 종결됐다. 그러나 삼성화재가 미지급 보험금으로 9억8000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은 특검 수사에서 확인됐다.

◇“차명계좌 거래는 양도세 포탈”=특검 수사 결과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 명의로 된 차명계좌 1199개 중 341개에서 삼성그룹 7개 계열사의 주식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특검팀은 이 회장이 이 주식 거래에서 생긴 양도소득세 1128억여원을 내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상장법인 주식의 3% 이상을 보유하거나 시가총액 100억원 이상인 대주주는 주식을 양도할 때 20%의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삼성 전·현직 임원 명의의 삼성생명 주식은 이 회장이 선대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이라고 결론지었다. 특검팀은 그러나 상속세 포탈 혐의의 공소 시효(5년)가 지났다고 밝혔다.

◇“당선 축하금 가능성 희박”=삼성의 2002년 대선 자금과 관련한 의혹도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특검팀은 “2002년 삼성이 매입한 채권이 839억2000만원어치로 검찰 수사 때보다 5억2000만원 늘었다”고 밝혔다. 또 검찰 수사 때까지 입고되지 않은 채권 82억원어치 중 26억5000만원이 추가 입고됐다고 덧붙였다. 특검팀은 “이들 채권 중 13억3000만원어치는 김영일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사용한 것으로 확인했으나 이미 검찰에서 포괄적으로 처벌받은 사안이어서 입건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13억2000만원의 사용자는 확인하지 못했으며, 대선 잔금의 존재 여부 역시 밝히지 못했다고 특검팀은 설명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축하금 의혹과 관련, “당시 채권시장에서 삼성이 사채시장에서 교환한 채권의 총량에 대해 일일이 사용처를 추적했으나 대부분 소명이 돼 당선축하금을 교부했을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김승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