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씨 독일국적 취득 후 방북 국가보안법으로 처벌 할 수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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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국인이 외국 국적을 취득하고 외국에 거주하다 북한을 방문한 경우 국가보안법상 탈출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기존의 대법원 판례를 뒤집은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7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64·사진) 교수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1심은 송 교수가 조선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 맞다며 징역 7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다섯 차례의 밀입북 혐의(특수탈출)와 황장엽씨를 상대로 한 소송사기미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이날 항소심에서 유죄로 판단한 밀입북 혐의 가운데 송 교수가 독일 국적을 취득한 이후인 1994년 방문한 혐의를 파기환송했다. 그는 93년 8월 독일 국적을 취득했다. 대법원은 송 교수가 독일 국적 취득 이전인 91년 5월부터 93년 3월까지 네 차례 밀입북한 혐의에 대해선 유죄를 인정했다.

대법원은 “국가보안법상 ‘탈출’이란 대한민국의 통치권이 실제로 미치는 지역을 떠나거나 통치권이 실제로 미치는 상태를 벗어나는 행위”라며 “외국인이 외국에 살다가 반국가단체 지배 지역(북한)에 들어가는 행위는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지형·전수안·안대희 대법관은 “대한민국 국민이든 아니든 대한민국의 영역 밖에서 거주하다가 반국가단체 지배 지역으로 들어가는 행위는 탈출이 아니다”라는 별개 의견을 냈다. 특히 박시환 대법관은 “송 교수의 방북은 대한민국 존립 등에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다섯 차례 모두 탈출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통일부에 제출한 방북 목적과 달리 북한에서 범민련 북측 인사와 만난 혐의(탈출)로 기소된 임동규 전 범민련 남측본부 부의장에게 징역 2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임씨가 범민련 북측 인사와 만나기 위해 명목상으로 북한 방문 목적서를 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북한 방문 목적서는 방북 중 이뤄지는 구체적인 행위를 모두 허용한다는 취지는 아니다”며 회합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확정했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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