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미로찾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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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어떻게 마취총을 발사할까요?』 김세진형사가 방아쇠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안돼! 잘못하다간 아이가 다쳐.』 『그래도 언제까지 이렇게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잖습니까?』 『모르는 소리!매스컴이 이렇게 난리칠 때는 잠자코 기다리는 거야.괜히 날쳐봤자 씹히기만하지.가만있다가 사고나면 맹하다고 욕이나 좀 먹지만 괜히 일벌였다가 잘못되면 더 골치 아파.살인 경찰이라고 욕먹고 싶어.우리나라에선 시끄러울땐 그저 쥐죽은 듯 잠자코 있는게 상수야.복지부동 몰라.』 강태구는 다시 마이크를 입에 대고 말했다.
『조금 있으면 당신이 사랑하는 아이들과 부모님이 도착할 겁니다.더이상 가족들에게 누를 끼치지 말고 자수하세요.그러면 모든것 불문에 부치고 자수한 것으로 처리해 드릴게요.』 『개소리 하지마! 누굴 국민학생으로 아는 거야.내 죄는 내가 판결해도 사형이야.그리고 나는(아이를 가리키며)이이가 가장 소중하니까 부모나 자식이 와도 다 소용없어.』 『미친 년.』 강태구는 자기도 모르게 욕이 흘러 나왔다.
『미친 년이라고 욕해도 상관없어.난 이대로 살테니까.』 『아,죄송합니다.민주 경찰이 욕을해서…그럼 언제까지 거기에 계실 겁니까.』 『재미있을 때까지.』 『그게 언제냐구요?』 『이제 말 안하겠어.넌 마이크 대고 말하니까 목이 안아프겠지만 난 소리지르려니 너무 힘들어.나중에 가르쳐줄게.』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말씀하세요.그리고 그 어린이는 돌려보내 주세요.사람을 올려 보내겠습니다.』 『….』 『여보세요.임희경씨!임희경씨!』 강태구는 자기도 마이크를 내리고 목이 터져봐라 소리를 질렀지만위에서는 아무 말이 없었다.주위에서 사람들은 몰려들고 있었다.
아마도 사람이 아치 위에 올라갔다고 해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몰려드는 것은 사상 처음이리라.
강태구는 은근히 걱정이 됐다.지금은 새벽이라 그래도 괜찮지만조금 있다가 차가 밀리기 시작하면 위에서의 짜증은 또 불보듯 뻔하다.국민이 짜증내면 윗사람이 짜증내고 그렇게 되면 죽는 것은 우리같은 아랫사람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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