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파산法 여피族 도피처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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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새 출발」.이는 미국 플로리다州의 로버트 다비도프라는 치과의사가 법원에 개인파산신청을 내면서 의도했던 바다.그러나 마이애미 파산법정의 제이 크리스톨 판사는 최근 열린 결심(結審)에서 다비도프의 청원을 단호히 기각했다.그리고 그의 청원 목적이「소비확대적 생활방식」을 유지하는데 있다고 규정했다.
크리스톨 판사는 이례적으로 잘못을 조목조목 훈계하는 결정문을통해 다비도프는 20만달러짜리 호화저택과 91년에 리스한 일제마쓰다RX-7 승용차를 내놓지 않고 여전히 임차료를 갚아 나갈생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장성한 자식들에 게 여태껏 매달 1천달러 이상의 용돈을 보내왔는데 이 또한 그만둘 생각이 없는것 같다고 했다.『모든 정황을 종합하면 새 출발하겠다는 사람의마음가짐이라고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판관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여피(Yuppies)族이나 부유층들이 호화스럽고 평안하게 여가생활을 즐기다가 진 빚을 대신 처리해주라고 의회가 파산법을 만든 것은 아닐 것』이라고 질타했다(참고:「여피」는 오로지 고수입과 인생을 즐기는 데만 골몰하는 개인주의적 성향의 전문직종인을 뜻함).
크리스톨 판사는 한 치과의사의 이번 법정관리 신청이 파산법의이상(理想)을 남용한 전형적 사례라고 판단했다.그는『운전면허를따는 것보다 파산신청을 통한 채무유예(猶豫)가 용이한 법제도 현실』을 개탄하기도 했다.
다비도프는 기각결정에 대해 항고를 고려하고 있다.자신은 성심껏 법정에 임했는데도 재판관이 선입견과 의도를 가지고 모종의「본때」를 보이려 했던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일부 사실심리에도 착오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51세인 다비도프의 재정적 어려움은 치과대학 강의를 맡는 바람에 진료를 1주일에 하루로 줄인 93년 시작됐다.그렇더라도 연간 강의료와 진료수입이 각각 7만5천,8만5천달러로 그의 연봉은 16만달러에 달했다.하지만 그는 그로부터 1 년쯤 뒤 그의 거래은행이 요청한 의료기기 가압류신청 재판이 열리기 바로 한시간전 법원에 파산신청을 냈었다.크리스톨 판사는 다비도프가 1주일에 하루만 진료를 더 했어도 파산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심증을 갖고 있는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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