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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안크루즈 ‘팬스타 허니’ 부산항 출항

중앙일보

입력

  지난 2일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1만 5000톤급 '팬스타 허니(PanStar Honey)‘호가 국내 연안크루즈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그간 외국 크루즈선들이 부정기적으로 부산항에 기항하기는 했으나 국내 크루즈선 운항은 이번이 처음이다. 선상에서 누리는 호텔식 디너와 각종 공연, 오션뷰 와인 바에서 즐기는 와인 한 잔과 가판의 노천자쿠지가 해상 리조트를 방불케 한다.

호화 크루즈 아닌 캐주얼 크루즈로
  삼면이 바다인 지리적 요건에 비해 국내 선사의 크루즈 입성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간 인천항이나 부산항·목포항에 일본이나 중국으로 가는 정기 페리가 운행되고 있었지만 사람과 화물을 운송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이번 부산 연안크루즈 팬스타 허니호는 배안에서 먹고 자고 마시고 즐기는 국내 최초의 정식 크루즈다. 하지만 세계 3대 크루즈 지역인 지중해나 카리브해, 알래스카의 호화 크루즈와는 차이가 많다. 페리를 개조해 만든 팬스타 허니호는 작은 규모의 캐주얼 크루즈다. 기본 구조는 페리와 비슷하고 리모델링을 통해 세련미를 입혔다.
  지중해의 호화 크루즈를 기대한다면 실망도 크다. 규모나 시설, 서비스와 공연수준면에서 호화 크루즈에 못 미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크루즈의 기본 성격은 그대로 살리고 있다. 페리에 비해 객실이나 식당·로비 등 전체적인 인테리어가 고급스럽고 인터넷 존과 가라오케·뷔페식 레스토랑·카지노·바·노천 자쿠지 등의 부대시설을 갖췄다. 또 각종 공연·강습 등을 즐길 수 있다. 한낮에 바다 위에서 밸리댄스와 소믈리에·요가강습을 받을 수 있고, 저녁에는 콘서트와 러시안 댄스 등 각종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강습참여나 공연관람, 식사비 일체가 무료다. 동남아의 클럽메드나 PIC 리조트처럼 숙박비 안에 모두 포함돼 있다.
  팬스타 허니호의 승객 연령대는 다양하다. 40~50대의 중년층이 주를 이루고 황혼을 맞은 노부부와 대학생, 가족단위의 승객도 종종 눈에 띈다.
 서울 양재동에 사는 황금석(80) 옹은 부인 이순자(74)할머니와 손을 꼭 잡고 크루즈에 승선했다. “결혼 50주년 축하한다고 딸자식이 예약해 줬어. 몇 년 전 자식들 덕분에 영국에서 크루즈를 타본 적이 있는데 멀리 나가기 힘들잖아. 가까운데 이렇게 크루즈가 생겨서 남해일주도 하고 좋네. KTX 탔더니 올만해.”
  또 부산에 사는 유춘엽(55)·고유미(28)씨 모녀는 한껏 기대에 찬 모습이다. “엄마랑 단둘이 여행하는 것도 처음이고 크루즈도 처음 타 봐요. 따로 이동할 필요가 없어 시간 절약도 되고 좋은 것 같아요. 저녁에는 공연 보며 와인 한 잔 하는 낭만도 있구요.”
 
오션 뷰 월풀욕조 vs 선상 위 텐트
  팬스타 허니호 운항사인 ㈜팬스타라인닷컴은 부산~오사카간 한일정기여객선과 태종대·광안대교·해운대를 1박 2일 코스로 도는 부산 주말크루즈를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크루즈 시대의 초석을 깔았다.
 길이 136.6m, 너비 21m의 팬스타 허니호는 승무원과 승객을 합쳐 514명을 태울 수 있다. 자가용 선적도 가능해 기항지에서 육상관광을 할 때 본인의 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 자가용 선적료는 크루즈 오픈을 기념해 9월까지 면제된다.
 승선 일정은 1박 2일부터 3박 4일까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으며 승·하선지 역시 선택할 수 있다. 요금은 3박 4일을 기준으로 1인당 45만(텐트 캐빈)~160만원(프레지던트 스위트)까지 디양하다.
  팬스타 허니호의 객실은 시설수준에 따라 11가지로 나뉜다. 오션뷰를 기본으로 벽걸이 TV와 소파가 놓인 응접실, 월풀욕조까지 갖춘 프레지던트 스위트 허니룸이 있는가 하면, 단체 객실에 텐트를 치는 텐트 캐빈도 있다.
  로비층을 사이에 두고 위<2027>아래 3층에 걸쳐 있는 객실수는 총 65개. 커플이 머물기에는 샤워 시설이 있는 화장실과 오션뷰의 더블침대, TV 및 냉장고를 갖춘 요트캐빈이 제격이다. 1인 1박 기준에 25만원. 부대시설 이용료와 식사비 일체가 포함된 크루즈는 호텔과 달리 객실비가 1인 기준으로 책정돼 있다. 즉 요트캐빈에 2인이 머물 경우 50만원이 든다.
 팬스타 허니호는 거제·통영·여수·진해·제주도를 순회하는 남해안 코스 뿐 아니라 벳푸·후쿠오카·나가사키 등 일본의 주요 온천관광지를 둘러보는 코스도 마련했다. 낮에는 하선해 기항지 투어를 하거나 선내에 머물며 각종 시설을 즐겨도 좋다.
  크루즈측이 마련한 기항기 옵션 투어를 선택할 수 있는데 가격은 1인당 7만~10만원 선이다. 국내 육상관광은 진해군항제 같은 지역축제와 연계된다. 향후 계절별로 목포·인천·백령도를 잇는 서해안 코스와 포항·울릉도를 오가는 동해안코스, 금강산 코스도 개발할 계획이다.
  한편, 지난 6일 호화 크루즈 랩소디호가 외국 크루즈선으로는 최초로 부산항에 정기 기항했다. 세계적 크루즈사인 미국 로열 캐리비언 인터내셔널(RCI)의 랩소디호는 4, 5월 중 6차례 부산에 들러 매회 국내 500여명의 승객을 태운다. 랩소디는 7만8000톤급의 정통 호화크루즈로, 길이 279m, 너비 32m에 2435(승무원 765명 포함)명을 태울 수 있다. 봄철 한·중·일 노선을 운행하다가 여름에는 지중해로 떠난다.
  팬스타 허니호부터 세계 굴지의 랩소디호까지-. 부산이 크루즈 시대를 열고 있다.

글·사진=프리미엄 이송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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