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비자금 뭉칫돈 의혹 꼭 밝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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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전직 대통령의 4천억원대 가.차명 금융자산 보유설에 따른 의혹은 그것을 발설했던 前장관의 해명과 전직대통령측의 강한 부인이 있었는데도 날로 증폭되고 있다.그에 더해 어느 야당지도자도검은 뭉칫돈을 비밀계좌에 가지고 있었거나 떡주무 르듯 쓰고 있다는 설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선진국에 진입하는 민주국가의 국민이라는 자랑을 지녀왔던 시민들로서는 놀랍고 부끄러운 노릇이다.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법치국가다.전직 대통령이나 야당지도자가 거액의 돈을 모아 쓰거나 남겨 가졌다면 그것은 거의 모두 범죄행위가 된다.대통령은 정부의 주요 사항을 결정하는 직무를 가진공직자다.
그러한 대통령이 정부와 끊임없이 관련되는 대기업으로부터 증여받으면 바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정해진 뇌물죄가 된다.불우이웃돕기 성금등으로 헌금받아 국가소유로 된 돈이나 정부예산중의 판공비.정보비등을 정당이나 자신의 정치자금으로 썼거 나 남겨 가졌다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정해진 횡령죄를 지은 것으로 된다. 또 대통령이나 야당지도자가 거액의 정치자금을 받으면 정치자금법위반죄를 지은 것으로 되고,특정정당.재단.기타 단체에서 기부금으로 받아 그 단체소유로 된 돈을 다른 단체 또는 자신의정치자금으로 쓰거나 남겨 가졌다면 특경가법위반의 횡 령죄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현안의 의혹에 대해서는 다른 여러 민주국가에서 해오는 것처럼 중요한 범죄유무를 가리는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더구나 대통령이나 정치지도자가 범죄로 모은 거액의 돈을 정치자금으로 쓰지도 않고 남겨 가.차명 금융자산으로 가졌다면 그것은 도의에 어긋나고 몰인격.파렴치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고,사회정의에 반하며,세정(稅政)과 금융제도개혁의 근간 을 허물어뜨리는 요인이 되므로 반드시 밝혀내야만 한다.
보도에 의하면 검찰은 수사에 착수할 단서(端緖)가 없어 수사아닌 조사에 착수하였을 뿐이라고 발표했다 한다.
수사착수의 단서라는 것은 「범죄혐의가 있지 않을까 의심할만한정황」을 뜻하는 것이지 범죄혐의를 인정할 증거를 의미하는 것은아니다. 현안 의혹에 관한 근거로 전직대통령의 4천억원 가.차명 금융자산 보유를 발설한 당시 장관의 발언,여러 언론기관의 현안 의혹에 관한 취재보도들에서 인용된 자료들,국회의 5共비리청문회기록,93년3월이래 수행돼온 여러 사정수사에서 축 적된 자료들이 있고 함승희(咸承熙)변호사가 정치자금 수백억원의 비밀계좌자료 13박스를 갖고 있다고 보도된 것도 있다.
가.차명 비밀계좌가 많다 하더라도 어떤 자료에 의해 일부 비밀계좌를 발견하기만 하면 나머지 비밀계좌들도 차례로 추적 규명되어질 것이 기대된다.
그러므로 수사개시 단서는 갖춰져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쉬운 일은 아니겠으나 검찰은 모름지기 전력을 다해 4천억원 가.차명 금융자산 의혹과 거액 자금축적 사용사실을 철저히 밝혀사실이면 상응하게 문책하고 그 밝혀진 보유자산을 올바르게 되돌려야 한다.
물론 야당지도자의 검은 뭉칫돈 의혹도 밝혀 사실이면 바르게 되돌려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앞으로 어느 대통령이나 정치지도자도 위법하게돈을 모아 쓰고 남기는 범죄적이고 비도덕적인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는 정치개혁을 이뤄 나라를 정치선진국으로 성큼 끌어올리고 국민에게 거세게 비판받고 있는 검찰을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받는 국가 중추기관으로 만들기 바란다.
〈변호사.前辯協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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