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파문-정치권 반응 "조속히 진상규명"한목소리 촉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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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비자금 파문이 정계를 연일 강타하고 있다.정부가 검찰조사를 밝힌 가운데 여야는 조속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당사자로 지목되는 연희동측은 사태추이를 지켜보는 가운데 휴가중이거나 방미(訪美)활동에 들어갔다 .
◇민자당=휴가를 마친 이춘구(李春九)대표는 7일 발끈했다.방배동 자택에서 그는 徐前장관의 해임이 민정.민주계간의 갈등으로비화되는데 대해 『도대체 당이 어떤 꼴인데….쓸데없는 소리』라고 화를 냈다.
李대표는 민정계로만 구성된 고위당직자회의에서 『전직 대통령이4천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가.차명계좌로 갖고 있다는 것은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다른 고위당직자들도 『검찰조사는 徐前장관을 찾아왔다는 대리인이 누구인가 밝히는 것부터 시작해야할 것』(金潤煥총장),『국민이 의혹을 갖고 있으니 어느 정도 풀어줘야 할 것』(金榮龜정무장관)이라고 말했다.그러나 민주계인 김운환(金운桓 )조직위원장은 『물증이 있어야 수사가 가능한데 실체가 없는데 어떻게 수사를 할 수 있느냐』며 『아마 수사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야권=가칭 새정치국민회의는 동화은행사건에 대한 검찰의 전면재수사를 촉구하는등 이번 사건을 끝까지 파헤치겠다는 의욕을 과시했다.
새정치국민회의는 검찰이 「徐前장관을 출두시켜 발설 경위를 변명토록 하는등 면죄부를 주는 방향으로 사건을 호도할 경우」 전직대통령중 한명과 徐前장관을 검찰에 고발키로 의견을 정리했다.
민주당은 총재단회의에서 장외투쟁 불사 방침을 정하는등 최강수로 일관했다.특히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에서 현 야당고위층의 비자금설이 제기된 점을 의식,「검은 돈을 떡주무르듯 하는 야당 지도자」를 공격한데 이어 7일 다시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또 자민련은 정석모(鄭石謨)부총재 주재로 열린 간부회의에서 『동화은행사건에서 보듯 검찰조사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면서 『전직대통령 비자금 계좌내용을 아는 사람은 김영삼(金泳三)대통령뿐인 만큼 한점 의혹도 없이 모든 자료를 국민 앞에 공개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연희동=전두환(全斗煥).노태우(盧泰愚)두 전직 대통령의 연희동측은 일단 관망상태로 들어갔다.그러면서 연일「누명벗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全前대통령은 아직도 강원도 모처에서 휴가를 보내면서 사태추이를 측근들로부터 수시로 보고 받았다.
한 측근은 『우리에 대한 악의적 소문이 많지만 우리는 이미 재산을 다 공개하지 않았느냐』며 「4천억원 연루설」을 부인한뒤『사태의 추이를 보아가며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盧前대통령은 엄청난 파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예정된 대로 이날 오후 부인 김옥숙(金玉淑)여사와 함께 美하와이로 떠났다.
그는 19일까지 머무르면서 하와이주립大 동서문화센터에서 韓美관계등에 대해 연설할 예정이다.
〈鄭善九.朴承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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