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기>첨단장비 치료의 허와 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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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늘 머리가 무거워 검사받으러 왔습니다.저한테는 다른 검사는하지 마시고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했다고 신문에 났던 그 최신장비로 검사해주십시오.』 담당의사가 상담하고 진찰한 결과 내린 62세 남자 환자의 병명은 긴장성 두통.물론 환자가 원하는 최신장비로 촬영하는 검사는 필요없는 상태다.환자가 말한 최신 장비는 S대병원에서 국내 첫 도입해 일제히 매스컴에 보도됐던 양전자방출단층촬영장치(SPECT)로 뇌.심장 등의 기능을 검사하는 혁신적인 첨단장비지만 병명을 족집게 처럼 알아내는 기계는 아니다.꼭 필요한 환자에게만 선택적으로 시행하기 위해 도입한 장비다. 그러나 스스로 어떤 검사를 해보고자 병원에 온 환자는진단에 필요하다고 전문가가 처방한 검사 대신 자신이 하고자 했던 검사를 받겠다고 고집하는 경우가 많다.게다가 함께 온 보호자도 『비용은 우리가 내는 거니까 빨리 검사나 할 수 있게 해주세요』라며 환자의 주장을 반복한다.
첨단 의료장비가 질병진단의 최선의 방법이 아님은 물론 모든 환자에게 다 좋은 것도 결코 아니다.
한 예로 전자산업이 첨단을 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혈압계의경우 최근에 나온 전자혈압계보다는 예전부터 사용하던 수동식 혈압계가 더 정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료도 마찬가지다.외국의 유명센터에서 특정질병에 대한 새로운치료법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 매스컴은 앞다투어 이를 알린다.
그 결과 해당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신기루를 찾은 것처럼기뻐하며 곧 병원을 찾아가 그 치료법으로 자신의 병을 치료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연구결과가 학계의 정설로 인정돼 실제 환자치료에쓰이기 까지는 수많은 검증이 필요하다.즉 한가지 이론이 발표되면 이와는 상반되는 이론이 또 다른 연구소에서 발표돼 각각의 주장에 대한 전문가들의 수많은 반론과 검증을 거 쳐 결론내리는것이 정설이다.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행위는 사람의 고귀한 생명을 다루는일이다.병원에서 환자중심의 서비스 정신이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전문가의 판단이 필요한 진료행위 만큼은 환자의 요구대로 할 수는 없는 일임을 환자.보호자들은 알아야 한다.
黃世喜〈本社의학전문기자.醫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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