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4천억의 假名계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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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전직(前職)대통령중 한사람이 4천억원의 가.차명(假.借名)예금을 갖고 있다는 「說」은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사실여부를 단정할 수 없지만 이 「說」이 사실이라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우리가 알기에 前대통령중 누구도 취임 전에 거부(巨富)였던 사람이 없었고,개인적으로 큰 사업을 한 사람도 없었다.만일 이 「說」이 사실이라면 이런 천문학적인 거대한 재산은 재임중 조성한 것이 분명하고,그 조성방법이 부정한 것이었음도 뻔한 일이다.4천억원이란 돈은 단순히 뇌물을 받는 정도로 조성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아마 국가의 각종 사업과 온갖 이권(利權)에 모조리 개입하고,권력을 이용한 강압과 특혜등 조직적.구조적 부패가 총동원돼야 이런 거액의 축재가 가능할 것이다.그렇다면 그의 재임 중 이 나라 경제가 본 피해와 왜곡,기회 상실과 국민의 희생이 얼마나 컸겠는가.
만일 이 「說」이 단순한 유언비어라고 해도 그냥 덮어둘 수는없다.다른 사람도 아닌 민주계의 실세라는 서석재(徐錫宰)총무처장관의 입에서 나온 말이고,그전부터도 항간에는 비슷한 소문이 돌았기 때문에 국민 의혹이 크다.徐장관 자신은 시중의 돌아다니는 얘기를 전한 것이며 자기로서는 근거를 갖고 말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다.그렇다면 그런 책임지지도 못할 말을 한 저의가 뭔지,혹시 일부에서 보는 것처럼 5,6共세력의 견제를 위한 정치적 의도를 갖고 한 말은 아 닌지 좀더 명쾌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만일 그런 정치적 의도 때문에 근거없는 유언비어를흘렸다면 비난받아 마땅하고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우리가 보기에도 4천억원이란 거액을 금융자산 형태로 소유하고있다는 말은 쉽게 믿기 어렵다.또 그 돈의 절반을 포기할 생각이라면 그냥 가명상태로 둘 수도 있다고 보이는데 절반의 기탁을조건으로 실명화(實名化)를 정부측에 타진했다는 일부 보도의 신빙성도 의심스럽다.
그렇지만 누구나 알다시피 5,6共시대는 부패가 워낙 심했고,당시 권력자들의 도덕성에 대한 신뢰가 낮기 때문에 국민의 의혹은 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따라서 정부와 각 당사자들은 이「說」을 면밀히 검토하고 설득력 있게 진상을 국 민앞에 설명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說」처럼 前국가원수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나라의 신뢰 기반을 흔들 수도 있는 소문이나 항간의 얘기를사실 여부에 관한 확인이나 확신없이 무책임하게 옮기고 전파하는행위는 극히 경계할 일이 아닐 수 없다.아무튼 이제 이 「說」이 대대적으로 부각된 이상 의혹을 풀고 진상을 규명하는건 피할수 없는 과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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