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동주가 6회 말 왼쪽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을 터뜨린 뒤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고 있다. [사진=이영목 기자]
야구가 잘될 리 없었다. 두산의 4번 타자 김동주는 전날까지 타율 0.207, 3타점에 그쳤다. 어머니의 병세 악화로 스프링 캠프에서 급거 귀국하는 등 훈련을 충실히 못한 탓도 있었다. 중심 타자의 침묵 속에 팀은 6연패를 당하며 최하위로 곤두박질쳤다. 김경문 감독은 속이 타들어갔지만 김동주의 처지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를 채근하지 않았다.
김동주는 9일 경기에 앞서 후배들과 함께 특별 타격훈련을 자청했다. 좀처럼 없던 일이었다. 중심 타자로서 팀에 대한 미안함도 한몫했을 것이다.
두산이 2-1로 박빙의 리드를 지키던 6회 무사 1루의 찬스. 타석에 들어선 김동주는 그동안의 부진을 만회하겠다는 듯 이를 악물었다.
볼카운트 2-3에서 한화 선발투수 양훈의 6구째 포크볼(134㎞)이 들어오자 김동주는 힘차게 방망이를 휘둘렀다. ‘딱’ 하는 파열음과 함께 배트 중심에 맞은 공은 빗속을 뚫고 좌측 외야 스탠드에 꽂혔다. 비거리 120m짜리 쐐기 투런 홈런. 올 시즌 김동주의 마수걸이 홈런이었다. 다이아몬드를 도는 순간만이라도 답답한 가슴이 뻥 뚫렸을 법했다. 김 감독도 고개를 끄덕이며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김동주와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팀 내 최고참이기도 한 김동주는 “연패를 끊어 기쁘다. 우리 팀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었는데 오늘 경기를 계기로 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목동 경기에서는 홈런 3방을 터뜨린 우리 히어로즈가 LG를 7-3으로 물리쳤다. 광주·대구 경기는 우천으로 취소됐다.
글=정회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