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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어머니 ! 제 홈런처럼 시원하게 일어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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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두산 김동주가 6회 말 왼쪽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을 터뜨린 뒤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고 있다. [사진=이영목 기자]

9일 잠실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한화의 경기. 프로야구 11년째를 맞는 두산 김동주(32)의 표정은 어두웠다. 추적추적 내리는 구슬비가 그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했다. 원래 무뚝뚝한 성격의 그가 입까지 꾹 다문 것은 어머니 병환 때문이었다. 수년간 당뇨병으로 고생했던 김동주의 어머니(59)는 지난 1월 후두암 판정까지 받았다. 생사의 기로에서 수술대에 오른 것만도 벌써 네 차례. 지금도 산소호흡기의 도움으로 숨을 쉬고 있는 상태다. 지난겨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4년간 62억원을 제시받기도 했던 김동주는 “이제 살 만하니까 어머니가…”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야구가 잘될 리 없었다. 두산의 4번 타자 김동주는 전날까지 타율 0.207, 3타점에 그쳤다. 어머니의 병세 악화로 스프링 캠프에서 급거 귀국하는 등 훈련을 충실히 못한 탓도 있었다. 중심 타자의 침묵 속에 팀은 6연패를 당하며 최하위로 곤두박질쳤다. 김경문 감독은 속이 타들어갔지만 김동주의 처지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를 채근하지 않았다.

김동주는 9일 경기에 앞서 후배들과 함께 특별 타격훈련을 자청했다. 좀처럼 없던 일이었다. 중심 타자로서 팀에 대한 미안함도 한몫했을 것이다.

두산이 2-1로 박빙의 리드를 지키던 6회 무사 1루의 찬스. 타석에 들어선 김동주는 그동안의 부진을 만회하겠다는 듯 이를 악물었다.

볼카운트 2-3에서 한화 선발투수 양훈의 6구째 포크볼(134㎞)이 들어오자 김동주는 힘차게 방망이를 휘둘렀다. ‘딱’ 하는 파열음과 함께 배트 중심에 맞은 공은 빗속을 뚫고 좌측 외야 스탠드에 꽂혔다. 비거리 120m짜리 쐐기 투런 홈런. 올 시즌 김동주의 마수걸이 홈런이었다. 다이아몬드를 도는 순간만이라도 답답한 가슴이 뻥 뚫렸을 법했다. 김 감독도 고개를 끄덕이며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김동주와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김동주는 이날 4타수 2안타(1홈런) 3타점을 기록하며 모처럼 해결사 구실을 톡톡히 했다. 5-1로 승리한 두산은 연패를 끊고, 하루 만에 최하위에서 공동 5위(3승6패)로 올라섰다. 선발 레스는 5와 3분의 2이닝 동안 5피안타·1실점의 역투로 시즌 2승(1패)째를 따냈다.

팀 내 최고참이기도 한 김동주는 “연패를 끊어 기쁘다. 우리 팀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었는데 오늘 경기를 계기로 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목동 경기에서는 홈런 3방을 터뜨린 우리 히어로즈가 LG를 7-3으로 물리쳤다. 광주·대구 경기는 우천으로 취소됐다.

글=정회훈 기자, 사진=이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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