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北경수로 한국중심역 훼손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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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이 최근 대북(對北)경수로 사업에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와 북한간 연락업무와 KEDO에 대한 기술자문을 담당키로 합의된 프로그램 코디네이터(PC)의 역할을 강화하려는 입장을 우리 정부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져 韓美간 갈 등이 빚어질전망이다.
한 소식통은 25일『미국은 최근 그동안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던 PC의 역할과 기능에 관한 미국의 입장을 밝힌 서한을 우리 정부에 보내왔다』고 밝혔다.그는『미국은 그동안 PC가 50여명의 인원으로 구성돼야 하고 경수로 기초 설계 및 사업관리 전반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온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미국은 PC가 경수로 설계도에 지정한 원자로 부품의 사양기준에 대한 거부권을 가져야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면서『미국의 요구대로 할 경우 대북경수로 건설사업에서「한국의 중심적 역할」은 상당히 훼손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우리 정부 실무자들은 워싱턴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짓고있다.
미국의 의도대로 한다면 PC는 대북 경수로 사업 전반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게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PC가 설계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게 되면 원자로.냉각펌프.증기 발생기등의 주요 설비 발주에서 미국에서만 생산되는 설비를 요구할 수 있는 여지가 크며 이같은 구도가 지속될 경우 궁극적으로 우리가 내세우는「한국의 중심 적 역할」은상당정도 훼손될 가능성이 커진다.이에따라 현재 우리정부는 PC를 경수로 프로젝트의 시어머니가 아닌「훈수꾼」역할로 국한시킨다는 입장이다.
당초 PC가 북한이 한국과의 직접대화를 거부해 생긴 것인만큼그 기능도 평양-KEDO간 연락과 자문업무로 한정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다.구성 인원도 10여명 정도가 적절하다고 보고있다.또 PC의 월권행위 방지를 위해 1~2년마다 심사를 통해 재계약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PC의 역할을 둘러싼 韓美간 물밑 갈등은 오는 31일 뉴욕에서 열리는 KEDO 집행이사회와 실무협의를 통해 조정될 전망이다. 〈崔源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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