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영업이익률 33% KT&G의 비결은 ‘수출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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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익률 33%를 자랑하는 기업이 있다. 100원어치를 팔면 33원을 남긴다는 얘기다. 치열한 경쟁시대에 생각하기 어려운 수치다. 조그만 기업도 아니다. 연 매출이 자그마치 2조원을 넘는다. 33%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현대자동차와 비교해 보면 금세 알 수 있다. 현대차는 국내 시장을 75%나 장악하고 있지만 영업이익률은 6%도 안된다. 자동차처럼 인기 있는 제품을 만드는 회사도 아니다. 담배를 만드는 KT&G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달 증권선물거래소가 시가총액 상위 30대 기업(금융업종 제외)의 실적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여기서 KT&G는 압도적인 1등을 했다. 2004년부터 계속 30%대의 영업이익률을 고수하고 있다.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국내 담배시장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금연 열풍으로 국내 성인 남성 흡연율은 2000년 67.6%에서 지난해 44.1%로 낮아졌다. 외국 담배의 봇물 수입에 이어 민간 담배회사들도 잇따라 생겨났다. 그 결과 2000년까지 90%대를 유지하던 KT&G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70% 아래로 떨어졌다.

악화하는 경영 여건 속에서도 많은 영업이익을 내는 비결은 뭘까. 한화증권 정효진 애널리스트는 “수출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2000년 61억 개비였던 KT&G의 담배 수출은 지난해 37개국 373억 개비로 껑충 뛰었다. 전체 생산량 중 수출 비중은 6.2%(2000년)에서 37.0%(지난해)로 올라갔다. 올해 수출 목표는 408억 개비다.

KT&G의 담배 수출은 한국담배인삼공사 시절인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잎담배 재고량을 처리하느라 손해를 보면서 중동지역에 진출한 게 처음이었다. 본격 수출은 담배시장이 개방된 98년에 이뤄졌다. 내수시장에 안주하다가는 망할 것 같은 위기감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고생이 많았다. 해외 시장에선 대부분 그 나라 담배와 필립모리스(미국)·BAT(영국)·JT(일본) 등 다국적 기업들이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 수출의 효자는 에쎄였다. 초슬림 담배라는 아이디어 제품으로 시장을 뚫은 것이다. 값이 비싸지 않으면서도 품질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수출은 점차 늘어났다. 중동권에서 반미 여론이 높아지면서 필립모리스 인기가 떨어진 것도 도움이 됐다. KT&G는 현재 이라크 담배시장의 28%를 점유하고 있다. 이란이나 우즈베키스탄에선 3위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수출이 늘면서 해외사업을 담당하는 글로벌본부의 덩치도 커졌다. 2000년 2개 부서에 10명 안팎이던 조직이 지금은 6개 부서 70여 명으로 커졌다. 글로벌본부 해외사업실 이종열 과장은 “처음에 이곳으로 발령 났을 때 주위에서 위로해 주는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KT&G는 곧 터키 이스탄불 근교에 연간 20억 개비 규모의 담배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러시아와 이란에도 공장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해외사업실 전장호 실장은 “시장 다변화와 투자 확대를 통해 2010년까지 해외 부문에서만 7000억원 매출에 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겠다”고 말했다.

KT&G가 100% 투자한 자회사 한국인삼공사 덕도 봤다. 웰빙 바람을 타고 인삼·홍삼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KT&G는 벤처 캐피털로도 손을 뻗치고 있다. 의학용 단백질 생산업체인 셀트리온에 200억원을 투자하는 등 모두 15개 바이오 벤처기업에 돈을 댔다. 2004년엔 영진약품을 인수하기도 했다. 부동산사업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98년 전국의 제조창을 8개에서 4개로 줄인 뒤 남은 공장 부지를 개발하는 것이다. 변신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좋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이 회사가 올해도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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