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車 수출호황속 세계 곳곳에서 견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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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 6월1일 오전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한 호텔앞에 벤츠.BMW.아우디등 독일을 상징하는 고급차들이 속속 입장했다.독일 자동차업계의 수뇌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날이었다.메르세데스 벤츠사의 베르너회장이 말문을 열었다.
『한국산 차 때문에 큰일입니다.5월말까지 독일에서 한국차가 3만대이상 팔려 작년 같은기간보다 50%이상 늘어났습니다.이대로 가다간 독일시장에서 점유율이 무서운 속도로 커질 것 같습니다.독일 자동차업체들이 한국산 차에 대해 덤핑여부 조사등 공동의 대책을 세워야 할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차의 독일 상륙에 대해 경계를 강화하며 공동대책을 마련하는 자리였다.그로부터 40여일후인 지난 10일 독일 시사주간지 「슈테른」지는 자동차테스트전문기관인 데크라와 공동으로 한국산 차 3종과 폴크스바겐.
프로톤(일본모델)등을 비교 한 결과를 발표했다.
「싸구려의 함정」으로 제목이 붙은 이 기사에서 현대 엑센트,기아 세피아,대우 넥시아등 한국산 차 3개차종은 구동장치.핸들성능등에서 형편없는 점수를 얻었다.어떤 차는 「달리는 철판」이라는 치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다.한마디로 한국차 는 값은 싸지만 성능에서는 유럽차들에 비해 훨씬 뒤진다는 내용이었다.
슈테른지가 자발적으로 이런 테스트결과를 발표했는지,아니면 애국심에 호소하는 독일자동차업체의 對언론활동을 도와준 것인지는 모르지만 한국차들이 유럽에서 큰 견제를 받기 시작했다는 것만은확실하다.
유럽 뿐만이 아니다.현대.대우.기아등 각사가 수출목표를 상향조정하고 있을 정도로 수출이 잘되고있다.그런만큼 국산차에 대한견제의 강도도 높아지고 한국시장을 개방하라는 압력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국산 차는 과연 바퀴달린 철판인가.
현대자동차 수출담당 백효휘(白孝輝)부사장은 『독일 잡지가 애국심으로 한국산차에 대해 의도적으로 흠집을 잡으려고한 것 같은데 이결과에서도 한국차는 브레이크성능과 가속력.최고속도등에서는독일차보다 우수한 것으로 나왔다』고 말했다.그는 또 미국시장에서 소비자만족지수(CSI)도 최근에는 많이 좋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기아자동차 김승안(金勝安)전무는 『한국차가 아직까지는 소형위주로 또 가격이 싼점 때문에 해외에서 그런대로 팔리는 것은 사실이다.그러나 차의 만족도를 평가할수 있는 변수는 무수히많다.』고 말했다.
업계는 국산차가 결코 가격등을 비교하면 달리는 철판이라는 평가는 일방적인 매도라고 항변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해외에서 선의의 경쟁은 좋지만 국내업체끼리 헐뜯기식 경쟁을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공연히 외국업체나 소비자들에게 오해를 줄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공업협회 한관계자는『올해 독일시장에서 국내업체끼리 현지딜러를 빼앗고 뺏기는등 무모한 경쟁을 벌이다보니 독일사람들에게이상하게 비쳐진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이 와중에서 상대방차에대한 흠집내기도 나올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차의 품질을 한단계 높이기 위해서는 외국의 좋은 차와 성능비교에서 나온 결과를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일줄 아는 자세도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일본은 70년대초 NHK-TV등이 앞장서서 일본차와 외국유명차를 냉철하게 비교분석한 비판적인 보도를 자주해 이후 일본업체들이 더욱 분발해 세계 자동차 시장을 주름잡는 좋은 차를 만들수 있는 계기가 됐었다.
〈李杞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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