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처음엔 1분 채우기 힘들었어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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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호 23면

영어 수준을 묻는 이력서에 ‘Advanced(고급)’라고 적기엔 찔리는 당신. 업무상 외국인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나 토론할 때 왠지 주눅이 든다. 최근 이런 사람들이 독서토론 모임을 만들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 최연소 패널로 참석한 최유선(23·여)씨에게서 훌륭한 영어 토론자가 되는 방법을 들어보자. 그는 현재 외교통상부 정책총괄담당관실에서 영문에디터로 활약하고 있다.
 
토론 클럽에 들어가세요
안녕하세요. 최유선입니다. 다보스 포럼에서 영국의 고든 브라운 총리와 토론해 칭찬받았다는 기사가 나온 후 저에게 토론 잘하는 비법을 묻는 분이 많습니다. 저는 2006년 대학 게시판에서 다보스 포럼이 세계에서 6명의 청년 패널을 모집한다는 정보를 접한 뒤 인생이 바뀌었습니다. 지금은 세계를 돌아다니며 연설을 하는 게 부업이 됐습니다. ‘헤지 펀드 대부’ 조지 소로스, 조셉 나이 하버드대 교수와도 토론했지요.

영어 업그레이드 비법 ④ 다보스 포럼 최연소 패널 최유선씨의 ‘토론 영어’

이화여대 국제학부 2학년 때 토론 동아리에 가입했어요. 10명의 학생이 인권·민주주의·금융 등 주제별로 공부했지요. 1년이 지나면서 각자 분야별로 두툼한 파일을 갖게 됐죠. 토론에 활용할 수 있는 주제별 자료집입니다. 참고로 글로벌 이슈(www.globalissues.org)엔 300~400개의 국제적 논쟁거리가 정리돼 있습니다.

국제 토론대회는 토론 실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고등학생은 세계고등학교 토론 챔피언십, 전미 토론 리그 등에 참가할 수 있습니다. 대학생은 한국대학생토론협의회(KIDA)에 가입하면 국제대회에 나갈 기회를 얻을 수 있어요. 직장인은 심판 자격으로 참여하면서 활동영역을 넓힐 수 있습니다. 토론할 때는 전자사전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인터넷 dictionary.com의 동의어사전(thesaurus)을 이용해요.
 
토론, 초반에 승부 난다
토론대회는 보통 1시간 동안, 3대3 또는 4대4로 찬성·반대편을 나눠 진행됩니다. 한 사람이 7분씩 발언할 수 있는데 첫 1분 동안 핵심을 이야기해 심판의 마음을 끄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1분을 채우기 힘들었어요. 뭘 말해야 할지 몰랐죠. 이럴 땐 비디오 카메라로 자신의 토론을 녹화해 뒀다가 보면 도움이 돼요. 영어토론 동영상 모음(debate.uvm.edu/watchdebate.html) 등을 참고하세요.
 
명언 적절히 구사하면 효과
저는 미국에서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살았어요. 교수인 아버지 덕분에 그리스 신화와 소설책, 위인의 자서전을 많이 읽었어요. 용산 국제고에 입학한 뒤에는 책을 읽다 감명받은 구절을 노트에 적는 것이 버릇이 되었습니다. 노트는 토론에 나갈 때 꼭 갖고 가는 무기예요. 요즘은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를 읽으며 필요한 표현을 기록합니다.

명언을 적절히 구사하면 청중의 마음을 움직이기 쉽습니다. “It’s better to light a candle than to curse the darkness.(어둠을 저주하기보다 촛불부터 켜는 게 낫다.)”는 제가 즐겨 쓰는 표현이지요. 잘 알려진 문구도 저만의 독특함을 보일 수 있도록 단어 등을 조금씩 바꿔 사용하면 더욱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어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말 대신 “If you fight fire with fire, you only end up with ashes.(불난 데 맞불로 대응하려고 하면, 결국 모두가 잿더미에 눌러앉을 뿐이다.)”라고 하는 식입니다. ‘분쟁’을 주제로 한 토론에서 제가 자주 써먹는 문장이지요. ‘국경 없는 문제들’을 거론할 때도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의 ‘problems without passport’라는 표현을 좋아합니다.

뉴스와 친해지세요
토론의 고수들은 하루 2~3시간을 뉴스를 접하는 데 할애합니다. 저는 차 안에서 라디오로 뉴스를 듣고, 사무실에서는 매일 네 종류의 신문을 읽습니다. 인터넷 시작 페이지를 BBC뉴스로 설정해 두었죠. 이코노미스트, 포린 폴리시 등은 즐겨찾기로 등록해 놓았습니다. 좋은 칼럼이 있으면 토론 동아리 친구들과 e-메일로 교환합니다.


최씨가 추천하는 인터넷 사이트

*토론 기본 규칙 익히려면
세계 토론대회 flynn.debating.net
세계 토론대회 www.idebate.org

*영어토론 동영상 모음
debate.uvm.edu/watchdebate.html
영국문화원 다보스 프로젝트 www.roadtodavos.net

*시사상식과 표현력을 늘리려면
www.globalissues.org
www.americanrhetoric.com
www.foreignpolicy.org
www.frontline.org
hir.harvard.edu
yaleglobal.yale.edu
www.cfr.org, www.bbc.co.uk/religion/eth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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