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천안 - 아산 '고속철 不和' 언제 끝나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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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충남 천안 봉명동의 치과개업의 金모(43)씨는 요즘 친하게 지내는 아산의 대학 후배 柳모(39.치과의사)씨를 만나기가 멋쩍다. 이달 초 대학동문 모임에서 경부고속철 천안아산역을 둘러싼 문제들로 크게 말다툼을 벌였기 때문이다.

金씨는 "우리는 매주 만나는 사이로 두 도시가 역 이름을 놓고 갈등을 빚을 때도 서로 목소리 한번 높여본 적이 없었다"며 "그러나 최근 고속철 때문에 두 도시 갈등이 잇따라 선후배 사이까지 벌어질까 두렵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역 이름이 '천안아산역(온양온천)'으로 최종 결정된 후 잠잠했던 두 도시의 '역사(驛舍)분쟁 '이 올해 초 택시영업권 문제로 다시 불거지더니 연이어 고속철 개통축하행사, 도로표지판 문제로 번져 가고 있다.

?도로표지판도 제각각=천안시는 지난 10일 시내 44곳의 도로표지판에 '천안아산역(고속철도)'을 표기했다. 이틀전 건설교통부가 이같이 표기하기로 결정한데 따른 것이다.

천안시 목진각 건설교통국장은 "아산쪽 방향을 표시할때 '온양온천'을 함께 밝혀왔던 관계로 똑같은 이름을 또 쓸 수 없고 기존 철도의 천안역과도 혼란을 빚을 우려가 있어 괄호안에 고속철도를 썼다"고 말했다. 시내 도로 및 동(洞)지역의 국도 표지판 표기는 지자체 고유권한이다.

하지만 아산역명 사수투쟁위 관계자는 "아산 시민들이 역이름때문에 크게 상심한 상황인데 시민투표로 결정된 '온양온천' 대신에 꼭 '고속철도'라고 써야 하냐"며 "아산쪽 정서를 생각했다면 괄호 표기를 아예 하지 않는 것이 이웃의 도리"라고 서운함을 토로했다.

지난 13일 아산시 차영재 건설교통국장 등 간부 3명은 도로표지판에 대한 건교부 결정에 반발, 정부 과천청사를 찾았다.

건교부 관계자는 "'온양온천'은 현 장항선의 온양온천역 이름과도 같고 아산시 중심가인 온양온천 지역을 가리키는 이름으로 오인돼 타지역 고속철 승객들이 혼란을 겪을 위험이 크다"고 표지판 표기 변경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車국장 등은 "건교부가 어떻게 자신들이 확정한 역명조차 지키지 않느냐"며 따졌다. 결국 국도와 고속도로 등 건교부가 권한을 갖는 표지판은 확정된 역명 그대로 표기한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李모(41.아산 용화동)씨는 "건교부의 무원칙 행정에 애꿎은 두 도시 주민들만 어색한 관계가 됐다 "면서 "아산.천안시도 이젠 그만 서로에게 상처내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李씨는 천안서 태어나 대학까지 졸업한 후 14년째 아산에 있는 직장을 다니고 있다.

건교부는 지난해 11월 아산 시민들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아산시가 시민 투표를 실시해 결정한 '온양온천'이름을 괄호안에 넣어 천안아산역과 함께 역명으로 쓰도록 확정한 바 있다.

?고속철개통 행사 및 택시영업권=이달 초 천안시는 다음달 1일 고속철 첫차가 도착하는 시간에 환영식을 열기로 하고 아산시에 공동 개최를 제안했다. 하지만 아산시로부터 "남의 땅에 있는 역사의 개통 축하행사에 웬 참견이냐"는 면박만 받았다.

또 지난달 천안시와 천안 택시업자들은 천안아산역 택시승강장에서 천안택시도 함께 영업할 수 있게 해달라며 충남도에 찾아갔다. 이에 충남도는 택시영업권은 지자체 고유권한으로 도에 조정권이 없다며 발뺌했다. '새우(?) 싸움에 고래등까지 터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천안시는 역사와 인접한 천안시지역에 택시기사 쉼터를 마련, 택시 영업을 돕는 '편법'을 계획하고 있다.

천안.아산=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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