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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신문화사이버펑크>13.사이버펑크 문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8면

프랑스의 작가 쥘 베른이 1865년 「달나라여행」을 이야기했을 때 사람들은 그것을 공상에 불과한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나라여행이 실제 현실로 다가왔다.
사이버펑크 소설의 정수로 꼽히는 윌리엄 깁슨의 『뉴로맨서』(84년작)에서 「사이버스페이스」가 처음 묘사된지 10년만에 전세계의 젊은이들은 이미 실제 사회와 괴리될 정도로 사이버스페이스에 빠져들고 있다.소설가들의 상상력이 실현되기 시작한 것이다. 컴퓨터 하이테크와 젊은이들의 반문화가 결합된 사이버펑크의 흐름은 80년대부터 인기를 모은 이러한 사이버펑크 SF작품들에서 미리 시작되었다.
사이버펑크의 고전인 깁슨의 3부작 『뉴로맨서』『모나리자 오버드라이브』『카운트 제로』는 사이버스페이스의 지하세계와 이에 얽매여 있는 사람들의 갈등과 음모를 밀도있게 보여준다.
컴퓨터과학자이기도 한 루디 러커의 『소프트웨어』『웨트웨어』『프리웨어』 3부작은 세기말 사회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로봇(컴퓨터.기계)과 인간의 융합」을 문제삼는 교과서적인 작품으로꼽힌다. 인터네트에 자신의 작품을 무료로 공개하고 독자와 함께의견을 교환하는 것으로 유명한 브루스 스털링의 작품들은 「정보의 자유」를 추구하는 해커들의 활약상을 그리고 있다.
점차 현실화돼가고 있는 사이버펑크의 이론과 철학을 제시한 SF작품들은 처음 읽는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해커들은 이러한 작품에서 영감과 아이디어를 얻게되는 경우가 많다. 『뉴로맨서』에선 전세계를 뒤덮는 전산망과 인간의 두뇌가생명선처럼 직접연결된 채 약물에 찌들어 살아가는 미래의 지하세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들 작품에선 인간과 기계의 섹스와 결혼,컴퓨터 칩 개발과 맞물린 첨단 의학에 의한 인간 두뇌 개조,해커들이 세계를 핵폭탄보다 더한 위기에 빠뜨리는 정보혼란 등 급진적인 내용으로 독자들을 열광케 했다.
그러나 이러한 비인간적 측면들이 사이버펑크들에게는 너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지난달 영국 워릭大에서 열린 사이버펑크대회에서 미국 랜스리어공대의 조지프 포러시(영문학)교수는 『「뉴로맨서」에서 주인공 케이스와 여주인공 몰리가 자신의 몸에 내장돼 있는 장치로 「텔레파시」를 실현하고 있는데 이는 사이버스페이스에서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고 단언하면서 『기술혁명이 때로는 인간의 상상력을 앞서가기도 한다』고 말한다.스털링은 『정신없이 기술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이 시대에 인간적인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인간성을 추구하는 문학은 이미 비현실적인 것이기 때문에 리얼리즘이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사이버펑크의 발호를 10년 앞서 예언한 문학적 상상력은 이미눈앞에 나타난 사이버펑크의 뒤를 이을 또다른 충격을 몰고올 것으로 예상된다.
[샌프란시스코.샌호제이=蔡奎振.權赫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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