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신비>利他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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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이타(利他)주의는 이기(利己)주의와 상반된 뜻으로 남을 위해자신을 희생하는 행위다.자식을 위한 부모의 희생이나 물에 빠진사람을 구하기 위해 물속에 뛰어드는 행위 등이다.
이런 희생정신이 동물사회에서도 존재할까.오늘날 사회생물학에서는 어미가 먹이를 물어와 새끼에게 먹이는 행위도 이타주의로 분류한다.어미뿐만 아니라 형제들이 다른 형제들을 돌보는 행위도 포함된다.
동물계에서 꿀벌만큼 이타주의가 잘 발달된 동물사회도 드물다.
일벌은 위험을 느끼면 자신의 동족을 지키기 위해 벌침을 사용한다.이때 벌침을 사용한 개체는 죽고 만다.이것은 동족보호를 위한 엄청난 자기희생이다.벌은 근친관계에 의한 이타 주의의 대표적인 곤충이다.
그럼 동물의 이타주의는 자신의 유전자와 비슷한 개체에서만 나타나는 것일까.그렇지 않다.유전적으로 근친 아닌 이타주의도 얼마든지 발견된다.그중 대표적인 예가 남미에 사는 흡혈박쥐다.
흡혈박쥐는 이틀 정도만 굶어도 가사(假死)상태에 이른다.그래서 집단의 구성원중 누군가가 먹이사냥에서 허탕치고 돌아왔을 때는 충분히 먹고온 다른 박쥐가 먹은 피를 토해 나누어준다.흡혈박쥐들이 소나 말과 같은 가축에 접근해 피를 빨아 먹는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상대동물이 모르게 뒷다리를 이용해 목의 갈기나 꼬리에 매달려 피를 빨기 적당한 위치를 택했을 때라도 그 동물이 그것을 감지하고 머리를 흔들어 쫓든지 꼬리를 휘저으면 어려워진다.특히 경험이 부족한 어린 박쥐들은 번번이 실패,종종 허탕치고 서식처로 돌아오는데 대략 20~30마리의 무리중 하루에 2~6마리가 이에 해당된다.그러나 같은 종족이 아닌데도 이타주의가 발달한 동물이 있다.그것은 주인을 위해 자신의 몸을 희생하는 개가 바로 그들이다.인간이 고등동물로 가장진화했다지만 이타주의에 있어선 때로는 동물보다 덜 진화한 때가많은 것 같다.
朴 是 龍〈한국교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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