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대중음악 접목 시도 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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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이종(異種)번식이 우성(優性)인자를 낳는다」는 생물학의 법칙은 음악의 세계에서도 예외가 아니다.흑인음악에 근원을 둔 재즈가 오늘날 세계인의 음악으로 뿌리를 내린 것도 록.블루스 등은 물론 인도.라틴등 각국의 민속음악 요소들과의 융합(퓨전)에성공한데 힘입은 바 크다.
국악과 대중음악이 만나는 음악회가 방송사 주최로 잇따라 열린다.좀처럼 일반인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국악이 좀더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설 수 있게 하자는 의도다.지금까지 간간이 시도돼 왔던 사물놀이와 재즈.록그룹과의 협연은 물론 신세대음악인랩과의 접목도 시도된다.
MBC-TV는 22일 저녁 여름특집으로 『미기픈믈 95』를 90분동안 방송할 예정.이 자리에는 9인조 록그룹 김도균밴드와김덕수 사물놀이패,국악실내악단 「슬기둥」이 협연,동.서양을 넘나드는 음악을 선보인다.또 이들의 반주에 맞춰 록가수 강산에가『할아버지와 수박』등 자신의 히트곡 세곡을 부른다.이선희.한영애는 각각 『아름다운 강산』『누구 없소』를 부르고 오랜만에 양희은의 모습도 볼 수 있다.
특히 랩댄스그룹 DJ덕이 랩으로 편곡한 『용비어천가』를 불러랩과 국악의 첫만남이 이뤄지게 된다.또 故김소희명창에게 판소리를 사사한 영화 『서편제』의 주연 오정해는 『진도아리랑』을 들려준다. MBC는 이번 공연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을 경우 9월 프로그램 개편때 국악과 대중가요가 어우러지는 쇼프로를정규프로로 편성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KBS도 이에 질세라 30일 오후7시30분 고려대 노천극장에서 『95 국악재즈 한마당』을 개최한다.국악과 재즈는 양자가 모두 「신명」을 바탕으로 하는 리듬위주의 음악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접목」의 차원을 넘어서는 「융합」이 기대된 다.
이정식이 이끄는 「서울재즈쿼텟」과 김덕수 사물놀이패,「슬기둥」이 정상급 여가수 박미경,재즈가수 김준,판소리 인간문화재 조상현과 함께 출연한다.
또 「재즈의 줄리아드」격인 미국 버클리 음대출신의 민영석(기타),다케시(일본.피아노),마틴 버네트(미국.드럼),스테판 헬드(오스트리아.기타)로 구성된 다국적 재즈쿼텟 「칼레도스코프」가 특별출연한다.
지난해 첫공연에 이어 2회째를 맞는 이번 공연은 다음달 5,6일 이틀간에 걸쳐 KBS1,2FM으로 방송될 예정.
두 방송사의 기획의도처럼 국악이 서양의 대중음악과 절묘한 융합을 이뤄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을지 아니면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얼치기 음악」에 머물고 말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芮榮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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