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7월미얀마>中."잘살아 보세"개방의 門 활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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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96 미얀마 방문의 해」.
30년 넘는 오랜 세월 철저한 고립주의로 일관해온 미얀마가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난듯 문을 열어젖히고 있다.
「버마式 사회주의」실패를 확인한 미얀마는 지난 92년 군사정부인 국가법질서회복위원회(SLORC)위원장에 탄쉐장군이 취임하면서부터 개방을 시도하고 있다.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김승철(金承哲)양곤市관장은 『미얀마는 국민소득은 낮지만 절대빈곤층이 없는게 특징입니다.이번 개방시도는 역사적으로 라이벌 관계에 있는 태국등 주변국들이 잘살게 된 데 대해 쇼크를 받은 때문일 것입니다.』 미얀마가 중점적으로 추진중인 사업은 천연가스.석유개발과 관광업 2개분야.양곤市 빈터는 대부분 호텔부지라고 생각하면 될 정도로 관광업계 열기가 뜨겁다.당국은 年 2만~3만명에 불과했던 관광객수를 96년 50만명까지 늘리겠다는 야심이 다.
또 천연가스.석유개발과 그 판로확보를 위해 미얀마정부는 올해카렌族 반군에 대한 대대적 토벌에 나서 큰 성공을 거뒀다.프랑스 토탈社와 미국 유노칼社가 공동으로 시추한 야다나유전에서 천연가스가 생산되기 시작,이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태국으로 수출해야 하는데 파이프 통로가 바로 카렌족 거주지역을 지난다.이때문에 미얀마 정부군은 올해 대공세를 펴 3만명에 달하던 카렌반군을 태국으로 몰아냈다.
아웅산 수지여사 석방도 경제개발 러시와 무관치 않다.개발에 필요한 외자도입을 가로막고 있는 수지여사 문제를 풀어야만 했다는 것이다.
미얀마 개방에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는 나라는 바로 일본과 동남아국가연합(ASEAN)국가들이다.
91년 미국의 對미얀마제재에 동참,차관제공을 중단했던 일본은지난해부터 개방의 낌새를 알아채고 갑자기 부산해졌다.지난해 6월 일본 경단련(經團連)경제조사 사절단의 방문에 이어 올해2월마루베니(丸紅)상사 사장일행이 미얀마를 찾아 아연도 강판 제조공장 투자계약을 체결하고 양곤港 항만등 인프라개발에 큰 관심을보였다.지난 6월엔 마침내 스미토모(住友)상사가 미얀마 체신청과 1천2백만달러 규모의 전화선 확장사업 추진계약을 체결했다.
『베트남에서 큰 재미를 못본 일본업체들이 미얀마 공략에 열을올리고 있다』는게 양곤무역관 신덕수(申德秀)과장의 귀띔이다.
일본은 수출입은행의 수출보험에 이어 최근엔 통산성이 투자보험까지 재개했으며 지난달중순 40억엔 무상원조합의와 수지여사 석방에 맞춘 차관재개 발표등으로 본격적인 미얀마진출에 나선 양상이다. ASEAN 국가들의 진출도 두드러져 올해 2월 미얀마에서 처음 열린 국제무역박람회에 참가한 해외기업 1백개사중 태국이 23개,싱가포르 22개,말레이시아 16개등 ASEAN 3개국가에서만 모두 61개사가 참여해 그 열기를 반영했다.
한국은 대우등 9개사가 진출해 있지만 투자금액에서 10위권밖에 있을 정도로 아직 열세다.
對미얀마 투자에는 아직까지 장미빛 미래보다 법규미비에 따른 함정이 더 많다.현지인 합작파트너가 기계류등 현물을 후불조건으로 받아놓고 어물쩍 외국투자자들의 투자를 가로채는 경우가 3백건에 달하는등 원성이 자자하다.
『미얀마는 아시아에 남은 마지막 시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먼저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현지의 법규를 철저히 파악,한발한발 접근하는게 순서일 것입니다.』양곤에서 한국상품상설판매전시장(KMC)을 운영하는 장인철사장의 당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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