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궁색한 新黨 논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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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각종 여론조사는 민주당 동교동계의 신당(新黨)추진에 대한 국민반응이 지극히 부정적임을 보여주고 있다.中央日報 여론조사결과로는 김대중(金大中)씨의 정계복귀를 무려 73%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았고,신당에 대해서도 70%이상이 부정적 이었다.
여론조사 뿐 아니라 당내의 동교동계와 가까운 상당수 인사들까지 신당을 반대하고,민주당의 내부개혁을 주장하고 있다.이런 여러 정황을 보면 신당추진이 명분도 약하고,순리(順理)가 아닌 무리라는 것이 날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우리는 동교동측이 이기택(李基澤)총재가 사퇴하면 신당을 않겠다고 말하는 것도 진심인지,정략인지 판단하기 어렵다.전당대회가한달 밖에 안남았는데 李총재가 그전에 사퇴하고 않고가 뭐 그리중요한 문제인가.또 경선없이 金씨를 총재로 추 대해야 한다는 논리도 설득력이 없다.민주정당에서 경선을 기피한다는 말 자체가맞지 않는 것이고,정당이 1인추종집단이 돼서도 안된다.
金씨는 민주당이 당권(黨權)만 생각하고 책임을 안지는 나눠먹기 정당이 됐다고 비판했지만 민주당의 당내 최대세력이 동교동계고,金씨 자신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영향력을 행사해온 점을생각하면 그런 비판은 누워 침뱉기 격이 되기 쉽 다.21세기를대비하고 젊은층의 지지확보를 위해 신당이 필요하다는 논리도 나오고 있지만 그런 일도 민주당의 물갈이나 정강정책의 개정을 통해 왜 할 수 없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金씨는 정계복귀의 또 하나의 이유로 「국정혼란」을 들었지만 국정의 어떤 문제점이 신당출현을 정당화하는 것인지도 알 수 없다. 결국 신당은 어떤 객관적 필요성이나 명분에서 출발한 것이아니라 金씨의 또 한번의 집권추구에 경쟁상대가 되거나 걸림돌이될 당내 비판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추진된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은퇴라는 대국민약속을 번복하면서 경선없이 추종자들 의 박수로만제1야당의 총재로 복귀해 네번째의 집권추구에 나서겠다는 것이라면,이것이 이 나라의 정치발전에 과연 부합되는 정치인가.식언(食言)에 따른 도덕성 손상에 겹쳐 신당추진을 둘러싼 궁색한 논리와 명분으로 말미암아 ■.27 선거 에서 국민이 고무해준 제1야당의 위상과 위신이 급격히 곤두박질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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