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베트남수교>中.全方位 외교전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對미국 수교와 동남아국가연합(ASEAN)가입.「전쟁의 나라」로 각인됐던 베트남이 종전(終戰)20년을 맞는 올해를 2개의 커다란 외교적 승리로 장식하게 됐다.
도이모이(쇄신)정책의 기치를 내건 86년이후 옛소련.동유럽 일변도이던 외교노선에서 탈피,서방 각국을 비롯해 과거 분쟁을 빚었던 주변 아시아국에 문호를 활짝 열어젖힌 「전방위(全方位)외교」의 성과다.
이는 냉전종식으로 경제논리가 판을 치는 현시점에서 과거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모든 나라를 우방화하려는 화해의 몸짓이었다.
인도차이나반도 공산화.79년 캄보디아 무력침공 이후 反베트남공동전선을 펼쳤던 ASEAN이 내달초 베트남을 정식회원으로 끌어안는 것이나,미국이 서둘러 수교를 발표한 것은 베트남의 이같은 자구(自救)노력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물론 ASEAN이나 미국이 과거의 적국이었던 베트남을 인정하고 나서는 데는 경제권 확대와 안보강화라는 실리(實利)측면이 더욱 강하다.
ASEAN은 지난 67년 아시아지역 공산화 저지를 위한 지역안보협력체로 출발했으나 그후 신흥공업국들의 경제기적을 등에 업고 강력한 경제협력체로 발돋움했다.ASEAN이 2000년대「아시아版 유럽연합(EU)과 유럽안보협력회의」라는 비 전을 위해 취한 첫발이 바로 베트남의 회원국 가입이다.
ASEAN은 앞으로 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도 회원국으로 끌어들이는 한편 역내(域內)관세를 5%이하로 낮춰 ASEAN자유무역지대(AFTA)를 가속화한다는 구상이다.이같은 구상에서 인구7천4백만명에 무한한 성장가능성을 지닌 베트남이 ASEAN에 참가함으로써 ASEAN의 궁극적 비전 달성에 크게 기여하리라는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뿐만아니라 57만2천병력의 베트남軍은 남사군도(南沙群島.스프래틀리군도)영유권을 둘러싸고 큰 안보위협으로 등장한 중국을 견제하는 역할도 톡톡히 해낼 것이다.이것은 최근 중국의 세력팽창을「봉쇄」하려는 미국의 對동남아 전략과도 맞아 떨 어진다.
그러나 동남아국가들은 베트남을 끌어들여 중국에 위협을 가하려는 전략에는 불안감을 표시하고 있다.따라서 동남아 국가들은 앞으로 ASEAN을 통한 협력을 가속화하는 한편 일본과의 유대를긴밀히 유지,美-中-日 3국간의 세력균형을 통해 역내 미국세력의 확대에도 대처하리란 전망이다.
한편 베트남은 이같은 주변정세를 역이용,안보상의 실리를 취하면서 경제에 전념한다는 계획이다.베트남의 경제상황은 88년 외국인 투자 자유화이래 약 1백30억달러의 외자를 유치할 만큼 무한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긴 하지만 「아시아의 다섯번째 龍」이라는 명성에 비해 아직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申藝莉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