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여인으로 다시 돌아와달라” 한나라 수도권 후보들 ‘SOS’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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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1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패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오종택 기자]

한나라당강재섭 대표는 1일 “박근혜 전 대표가 (총선)지원 유세에 나서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박빙 승부를 펼치고 있는 당에 남은 동지들도 있으니 마음을 돌려 (지원 유세에)나오길 기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박 전 대표가 자신을 밀었던 사람들이 공천을 못 받아 당을 떠났는데 한나라당 사람들만 당선되도록 지원 유세를 하는 건 인간적으로 하기 어려운 일일 것”이라면서도 “박 전 대표를 밀었던 의원이 당에도 많은 만큼 마음을 움직여 주면 고맙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간을 두고 어떤 식으로 (지원을 요청)할지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강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박 전 대표를 향해 지원 유세에 나서라고 당 차원에서 압박하겠다는 신호탄의 성격이 짙다. 이날 일부 수도권 후보들은 성명서를 내고 “박정희 대통령이 일으킨 우리 경제를 다시 반석 위에 올릴 수 있도록 박 전 대표가 지원 유세에 나서 달라”고 공개 요청했다. 이방호 사무총장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박 전 대표가 인간적인 입장에서 혼란스러워하고 있지만 공당의 대표를 지낸 사람으로서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박 전 대표를 향한 SOS가 쇄도하는 건 최근 수세에 몰린 당 상황과 맞물려 있다. ‘박근혜 총선’이란 말이 떠돌 정도로 거세진 친(親)박근혜 바람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박근혜란 브랜드가 과반수 확보를 위한 표 확보에 도움이 된다는 현실적 판단이 깔려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토론회에서 “(과반수 확보가)불안한 가운데 150석에서 한 석이라도 더 달라는 것이 일관된 요구”라며 “아직 부동표가 상당히 많아 160~170석이란 분석은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공천 결과에 대해 “공심위에서 과도하고 충격적인 심사를 하면서 당내 갈등이 증폭된 것 같아 안타깝다”며 “총선이 끝나면 이명박 대통령도 (박 전 대표와) 동반자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성심 성의를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한반도 대운하 공약을 제외한 것에 대해 “대선에서 대운하를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국민 여론이 100% 지지하는 게 아니므로 신중해야 한다”며 “총선에서 정치논리로 좌지우지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친박연대 등 탈당파의 총선 후 복당 문제에 대해 강 대표는 “지금은 총선 후 누구를 받아들이느냐 아니냐를 쟁점으로 싸우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며 “나중에 당헌·당규에 따라 처리하면 된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그러나 “7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재도전할 것이냐”는 질문엔 “단 하루도 더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임무를 다하면 끝”이라고 선을 그었다. 

글=정강현 기자 ,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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