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박근혜, 선거의 여인에서 달성의 여인으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지난달 31일 대구 달성군 화원읍. 오후 5시쯤 한나라당박근혜 전 대표가 자택인 D아파트로 들어섰다. 24일 낙향한 그는 이곳에서 가사 도우미 한 명과 기거하고 있다. 24평 아파트가 다소 휑하게 느껴질 정도다. 박 전 대표의 집 밖으로 밤 늦도록 불빛이 새어 나왔다. 이날 하루를 군청 소재지인 논공읍에서 보낸 그는 다음날 돌아볼 화원읍 지역의 현안 자료를 살펴보고 있었다.

27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뒤 그는 대략 오전 10시~오후 5시 선거운동을 펼친다. 그 외 시간은 주로 자택에서 공약 사항을 점검하며 보낸다. 다른 후보에 비해 다소 여유 있는 행보다.

1일 오전 11시20분쯤 박 전 대표가 주차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회색 바지 정장에 군청색 외투를 걸치고 베이지색 ‘효도 신발’을 신고 있었다. 17대 총선 때도 이 신발을 신고 전국을 누볐던 그다. 그는 이날 하루 종일 화원읍을 떠나지 않았다. 이날은 대구 지역 최대 규모인 화원읍 5일장 날이었다. 화원읍 새마을금고와 농협, 상가 등을 돌았고 지역 곳곳의 노인정을 찾았다. 주민들을 만나 지역 민원사항인 화원교도소 이전 문제와 지하철 1호선 연장 문제 등 주요 공약을 설명하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지역구 의원 박근혜’였다.

◇“어려운 고비, 군민 성원으로 이겨냈다”=그는 이날 오후 화원시장 입구에서 대규모 유세를 펼쳤다. 공식 선거운동 시작 후 처음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여러분 성원 덕분에 제가 흔들리지 않고 바른 정치를 할 수 있었고, 여러분의 지지가 있어 흔들리던 나라를 바로잡을 수 있었다.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고 했다. 공천파동 등에 대한 심경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유세에 앞서 새마을금고 회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여러 어려운 고비가 있었다. 그러나 여러분 지지 덕에 이겨내고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자신의 선거운동을 위해 선거구에 이처럼 오래 체류한 건 16대 총선 이후 8년 만이다. 17대 총선 땐 탄핵 역풍으로 위기에 처한 당의 대표를 맡아 전국을 돌며 지원유세를 펼치느라 지역구엔 투표일 전날 밤 도착해 단 3분간의 유세만 펼쳤었다.

그에게 “오랜만에 자신을 위한 선거운동에 나선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다. 그는 “군민들께 고맙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하다”며 “많은 주민을 만나니 지역과 나라를 위해 더 좋은 정치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에서 연예인급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가는 곳마다 디지털카메라나 휴대전화를 꺼내들고 박 전 대표의 사진을 찍는 주민들로 넘쳐났다. 일부 유권자는 “나랏일도 좋지만 지역 사정도 살펴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차근차근 해나가겠다. 그래도 10년 전에 비하면 많이 발전했다”고 답했다.

공천 파동에 대한 동정 여론도 많았다. 노점상 이모(59)씨는 박 전 대표의 손을 덥석 잡으며 “고충이 얼마나 많으냐”며 위로했다. 그는 “한나라당도, 이명박 대통령도 박 전 대표에게 너무한 것 같다”며 “지역구에 친박 무소속 후보가 나왔는데 그쪽에 표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지원유세? 할 말 다 했다”=이날 서울에선 강재섭 대표와 이방호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가 일제히 박 전 대표의 지원유세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는 “지난번에 할 얘기는 다 했다. 더 드릴 말이 없다”고만 했다. 지난달 23일 기자회견에서 “지원유세 계획이 없다”고 한 입장에서 달라진 게 없음을 뜻한다. 이웃 지역구인 달서을의 친박 무소속 이해봉 의원은 이날 박 전 대표의 유세에 참석, 박 전 대표의 간접지원을 기대했다. 

대구=이가영 기자

▶[J-HOT] 수도권 '확실 우세' 민주 14 한나라 58

▶[J-HOT] 충청권은 민주 7 한나라 7 선진당 9 '삼분'

▶[J-HOT] 한나라 144 민주당 71 무소속 16 선진당 9

▶[J-HOT] 양천갑 원희룡 후보, 제주서 유세장 누빈 이유는…

▶[J-HOT] MB, '공천 탈락 후 불출마 선언' 7명 만나 부탁한 것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