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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 직무정지] 헌법재판소, 총선 전 결정 어려울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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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 탄핵결정을 심리하게 될 헌법재판소에 온 국민의 눈과 귀가 쏠려 있다. 헌법재판소 기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박종근 기자]

노무현(盧武鉉)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 관계자들은 14일 휴일도 반납한 채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김승대 연구부장 등 전담 연구반은 전원 출근해 탄핵 관련 법 이론과 외국 사례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까지 재판관들에게 제출할 자료를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윤영철 헌재소장과 주심인 주선회 재판관 등은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신중하게 처리할 것이며 심리도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헌재는 재판관들의 평의(評議)를 18일 열기로 했다. 헌재는 또 대통령과 국회.중앙선관위.법무부 등에 22일까지 답변서 또는 의견서 제출을 요청했다. 통상 30일 이내에 제출을 요구했던 관례에 비춰볼 때 상당히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총선 이전 결정은 어려울 듯"=헌재의 탄핵심판 결정은 일러야 4.15 총선이 끝난 뒤 내려질 것으로 전망하는 법조계 인사들이 많다.

관련 기관들의 의견을 서면으로 제출받고, 관련 법률에 대한 검토작업 등 사건 처리에 실무적으로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한달 이내에 심리를 마무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다 17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다음달 2일 시작되는 점도 헌재의 결정을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헌재는 재판관 9명 전원이 참석하는 18일 평의에서 이번 사건 심리 계획을 토의할 예정이다. 이날 이번 사건에 대한 구체적 심리 일정은 물론 盧대통령에 대한 출석 요구 여부도 함께 정해질 것 같다. 헌재는 이달 말께 첫 공개 변론을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총선 선거운동 기간을 고려해 변론 기일이 예상보다 늦게 잡힐 공산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다.

만약 총선 기간에 공개변론이 열릴 경우 진행 내용에 따라 국회와 盧대통령 측의 공방이 언론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헌재가 내부적인 자료수집 등은 총선 기간에도 계속하면서도 공개변론은 이번 사건이 미칠 정치적 영향을 줄이기 위해 총선 이후로 늦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盧대통령에 대한 탄핵 발의 사유인 선거법 위반, 측근 비리, 국가 경제 파탄 책임 등 세 가지 사안이 대통령을 파면시킬 만한 잘못인지를 검증하는 작업도 간단치 않다. 측근비리의 경우 盧대통령이 취임 후 직무집행 과정에서 이에 연루됐다는 혐의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경제파탄 부분도 구체적으로 증명하기 어렵다. 盧대통령이 지난달 24일 방송기자클럽 기자회견에서 한 '열린우리당 지지 요청'발언과 관련, 선관위가 위법이라고 유권해석을 내린 것이 과연 대통령을 탄핵할 만큼 중대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도 핵심 쟁점이 될 것 같다.

헌재 연구관 출신의 황도수(黃道洙.법학박사)변호사는 "헌재는 가능한 한 기간을 단축하려고 하겠지만 측근비리 심리 및 총선 등 여러 가지 변수들이 있어 총선 전에 끝내는 것은 불가능해 최종 결론이 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의란=헌재 재판관들이 사건 심리 절차를 논의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를 말한다. 주심 재판관이 사건에 대한 검토 내용을 요약해 발표하면 다른 재판관들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특정 사건에 대한 결정도 평의에서 도출된다. 통상 매주 목요일에 열린 평의는 올 들어 2주에 한번씩으로 바뀌었다. 재판관들이 합의하면 개최 간격은 바뀔 수 있다.

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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