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돈으로 보석 사고, 휴가비 쓰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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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공기업 임직원들이 회사 돈으로 유흥주점에 출입하고 보석을 구입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 특히 공휴일이나 휴가 때 업무추진비를 개인 용도로 사용하거나 사내 복지기금을 급여처럼 직원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공기업들의 내부 비리와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것이다.

감사원은 31일 31개 공기업 운영실태 감사에 대한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성용락 감사원 제1사무차장은 “최근 5년 새 공기업 인력은 31.5%가 늘었지만 부채는 60.8%나 증가했고 공기업들의 방만 경영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회사 돈 제맘대로 쓰기=감사 결과 증권예탁결제원의 일부 임원은 2005~2007년 법인카드로 유흥주점과 나이트클럽을 드나들었다. 또 골프 접대와 순금으로 된 한 냥짜리 행운의 열쇠·상품권을 구입하는 등 모두 8억4800만원의 공금을 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전KDN의 감사 A씨는 업무추진비 1130만원을 공휴일과 휴가 때 개인적으로 사용했다가 적발됐다. 특히 A씨는 2006년부터 2년간 14차례나 주중에 본인의 국회의원 출마 예정지를 방문하고 올해 2~3월에도 공천을 받기 위해 15차례 이상 정당을 방문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한국마사회는 2001년부터 시간외 근무수당을 기본급으로 일괄 전환한 뒤 초과근무 여부와 관계없이 정액 지급했다. 이어 2004년 11월에는 이와는 별개로 시간외 근무수당 항목을 또다시 예산에 편성해 근무시간과 상관없이 정액 지급했고 2006년 12월 이마저도 기본급에 다시 포함시켰다. 이렇게 부당하게 지급된 시간외 근무수당은 234억원이나 됐다.

한국토지공사는 사내근로복지기금 265억원을 기금 설치 목적과는 달리 직원들에게 급여 형식으로 나눠줬다가 꼬리가 잡혔다. 특히 공사 30주년(2005년 4월) 기념 명목으로 매달 2만~18만원을 전 직원 계좌에 입금하는 방식으로 2005년 3월부터 2007년 2월까지 총 53억3300만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자기들끼리 자리 나눠 갖기=한국도로공사는 경영 효율화를 추진한다는 명분으로 지난해 185개 고속도로 톨게이트의 통행료 수납 업무를 외부 업체에 맡겼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10곳만 공개경쟁입찰에 부치고 나머지 175곳은 정년이 임박한 내부 장기 근속자들에게 수의 계약으로 운영권을 나눠준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공개 입찰에 비해 외주 용역비를 76억원이나 더 지급해 경영 효율화는커녕 오히려 경영에 부담만 주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한국석유공사는 2006년 구조조정 명목으로 기존의 102개 팀을 85개 팀으로 축소했다. 하지만 3급 이상 팀장급은 176명에서 196명으로 되레 20명을 더 늘렸다. 급여도 팀장에 준하는 액수를 지급했다. 울산건설사무소의 경우 직원 14명에 소장을 포함한 팀장급 간부가 5명이나 됐다. 한국조폐공사는 2005년과 2007년 신규 채용 때 특정 지원자의 총점을 26점에서 72점으로 조작해 666등을 45등으로 끌어올려 합격시켰다가 적발됐다.

감사원은 “방만 경영을 했거나 비리가 중한 임직원은 엄중 문책할 것”이라며 “상반기 중 공기업 민영화를 포함한 종합적인 경영개선 방안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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