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기>玉石가려야할 건강속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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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담배는 건강에 해롭다.」누구나 수긍하는 의학계의 기본명제다. 그러나 이 명제가 지금처럼 확고불변의 진리로 인정받기까지에는 많은 의학자들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영국의 세계적 의학전문誌인 브리티시메디컬저널 최근호에 게재된흡연의 건강위해성에 관한 영국 왕립암연구소팀의 역학연구가 대표적 사례다.
1951년부터 영국의 남자의사 3만4천여명을 대상으로 시작된이 연구는 흡연자가 비흡연자에 비해 폐암등 각종 질환에 걸려 사망할 확률이 얼마나 높은지를 실험대상자가 죽을 때까지 40년이상 추적관찰해 분석한 방대한 규모의 실험이었다 .
그동안 막대한 비용과 인력이 소요됐음은 물론 연구를 주도했던힐박사가 사망해 연구진이 교체되는 소동을 빚었으며 지금까지 2만여명의 실험대상자가 연구도중 사망했을 정도.
결과는 파킨슨씨병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질환에서 흡연자가 비흡연자에 비해 불리했으며 흡연자의 절반가량이 궁극적으로 담배 때문에 사망한다는 것.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을 확인하는데도 이토록 야단법석을 떠는 것은 그럴듯한 심증 10개보다 확증 하나를 중요시하는 과학계의불문율과 인간을 대상으로 해서는 의학적 실험조작을 마음대로 할수 없는 이유 때문이다.
결국 담배의 해로움을 증명하기 위해 수백명의 연구진이 수십년동안 수만명을 흡연자와 비흡연자로 구분해 몇세때,무슨 병으로 죽는 지 일일이 지켜봐야했던 것이다.
「선인장은 해로운 전자파를 흡수한다」「생선기름에 많은 DHA성분은 머리를 좋게 하고 오래 살게 한다」「죽염은 당뇨와 고혈압등 성인병에 특효약이다.」 우리 주변에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정도로 난무하는 숱한 건강속설중 일부다.
문제는 이들이 올바른 섭생이란 건강의 본질보다 자칫 손쉬운 편법에만 매달리게해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쏟아지는 의학정보 가운데 옥석을 제대로 구별해내야 하는 것도정보홍수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애로사항중 하나.
그러나 다음 사실을 기억하면 틀림없다.
그럴듯한 이론으로 단번에 건강을 얻을 수 있는 이른바 「비방」일수록 엉터리가 많다는 것이다.
의료계의 대가로 알려진 사람일수록 검증되지 않은 사실을 답변하는데 인색했으며 그동안 역학조사를 거치지 않았던 많은 가설들이 결국 거짓으로 판명된 사례가 많았음을 강조하고 싶다.
〈洪慧杰기자.醫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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