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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三豊에 깔린 도덕성 구출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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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삼풍백화점 참사는 우리의 국가목표와 발전방향에 대한 근본적인반성을 요구하고 있다.해방이후 50년동안 우리의 교과서는 일본이었다.일본은 우리가 가장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선진(先進)의 대명사였다.그런「일본」에 대한 혹독한 비판이 서구에서는 수정주의,일본내에서는 개혁의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다.단시일내에 물질적 풍요를 구가하는데는 성공했지만 정신의 빈곤을 초래해 내용적으로는 극도로 황폐한 사회가 되고 말았다는 것이 논의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삼풍백화점 사고는 어설픈 일본 흉내내기가 얼마나 허망한 일인가를 보여주었다.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첨단의 공법이나 감리방식보다는 양심과 도덕의 회복이라는 사실을 일깨웠기 때문이다.그러나 양심과 도덕은 강요한다고 회복되는게 아니지 않 은가.
백화점관계자들이 무너져가는 건물에 천여명의 고객을 방치하고 자신들만 대피했던 非양심과 도덕불감증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까.그것은 분열과 적대,非정상적인 경쟁이라는 우리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에서 비롯된 것이다.그렇다면 분열과 적 대의 뿌리는무엇인가.분단이후 숨가쁘게 계속되고 있는 체제경쟁이야 말로 우리의 의식을 지배하는 거대한 뿌리인 것이다.두개의 체제가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고 틈만 나면 따돌리고,더 나아가 힘으로 눌러버려야 속이 시원한 상태가 반세기나 지속되는 동안 구성원에게도어느덧 상쟁(相爭)의 심리가 몸에 뱄던 것이다.
개인과 개인,집단과 집단이 파당을 만들고 끊임없이 금을 긋고으르렁거리는 분열의 현장에서는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욕망을 절제하고 희생을 감수하려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발현되기 어렵다. 이제 우리의 미래를 다시 설계하는 청사진에는 통일지향이라는 밑그림이 그려져 있어야 한다.통일은 그자체가 두말할 필요없는 당위이기도 하지만 일상속에서 분열을 극복하고 하나됨을 실천해나가는 체험을 통해 잃어버렸던 인간성을 회복하는 기 회도 된다. 삼풍백화점 참사가 우리에게 던져준 교훈은 심각한 지경에이른 분열주의를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그러나 그것은 정신의 빈곤이 우선 치유되지 않고서는 이뤄낼수 없는 과제다.우리가 물신(物神)숭배의 대가를 단단히 치르고 있는 일본과 분 명히 다른 국가목표를 가져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李 夏 慶〈전국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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