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첫 여성 폭발물 처리관 김지영 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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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폭발물 처리(EOD:Explosive Ordnance Disposal)는 지켜보는 사람도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하물며 직접 처리해야 하는 당사자는 어떻겠는가. 그래서 액션 영화의 단골 소재가 되기도 한다.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이 임무를 9개월째 수행하고 있는 여군이 있다. 육군 첫 여성 폭발물 처리관인 2군수 지원사령부 57탄약대대의 김지영(23·사진) 하사가 주인공이다. 김 하사는 탄약부소대장 보직이 끝날 무렵인 지난해 6월 초 폭발물 처리관을 자원했다. 2군수 지원사령관의 승인을 받고 대전 육군종합군수학교에서 2주간 탄약 처리 실무교육과정을 수료한 뒤 같은 해 7월1일부터 폭발물 처리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정식 보직 명령은 그해 12월 받았다.

김 하사는 “내 주특기(탄약특기) 분야에서 전문성이 있고 남들이 못 하는 일을 해냄으로써 자신감을 얻고 싶어 폭발물 처리관을 지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임무를 수행하면서 뜻을 이루고 있다. 김 하사는 “불발탄·불량탄·유기탄·매몰탄이 발견되면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해 폭발을 막으려고 비지땀을 흘리는 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지금도 현장에 가면 ‘침착하자! 침착하자! 침착하자’고 스스로 주문을 건다”고 했다. 그러곤 머릿속으로 지금부터 무엇을 해야 하는지 확인하고 신중하게 하나씩 행동으로 옮긴다. 폭발물 처리 과정에서 자칫 실수하면 자신은 물론 동료들의 목숨까지 위태롭기 때문이다.

김 하사는 지금까지 60여 차례 현장에 출동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부대 사격장에서 201유탄발사기의 40㎜ 고폭탄 불발탄을 도화선과 폭약을 이용해 폭파 처리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출동이 없는 날엔 경험 많은 폭발물처리반 선배들과 불발탄 처리 절차를 연구하고 가상연습을 하며 실전에 대비한다. 그는 태권도·합기도 초단에 한자 2급, 워드프로세스 2급 자격증을 갖고 있다. 최근 위험물 취급 필기시험에 합격, 실기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김 하사는 “내년에는 부대 인근 송담대학 소방학과에 진학해 업무와 관련 있는 소방 분야를 공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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