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달러 환전하니 두달새 400위안 줄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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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사업차 중국을 자주 찾는 유모(49)씨는 28일 베이징(北京)의 한 호텔에서 환전을 하다 깜짝 놀랐다. 1000달러를 바꿨는데 7000위안이 채 안 됐기 때문이다. 이 호텔의 환전 환율은 달러당 6.94위안이었다. 유씨는 “1월 초에 출장 왔을 때만 해도 달러당 7.3위안이었다”며 “단기간에 (위안화 가치가) 너무 빨리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대학 정부관리학원 3학년에 유학 중인 박정관(28)씨는 요즘 부쩍 본국에서 송금을 받을 때마다 부모님께 미안한 생각이 든다. “매달 50만원을 송금받는다. 2004년 5월만 해도 약 4000~4300위안 정도 됐는데 요즘엔 3400위안도 안 된다.

요즘 유학생들끼리 모이면 환율 걱정이다.” 그는 “중국 물가도 크게 올라 매월 부식비로만 200위안이 더 들어간다”며 “씀씀이를 줄이는데도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위안화의 체감 환율이 ‘1달러=6위안’시대로 들어섰다. 중국 거주 기업인·유학생 등 70여만 명의 동포에겐 큰 부담이다.

◇체감 환율은 ‘1달러=6위안’=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고시하는 위안화 기준 환율은 29일 달러당 7.01위안이었다. 외환 전문가들은 “6위안대 진입이 초읽기에 들어섰다”고 전망했다. 체감 환율은 이미 6위안에 들어섰다. 28일부터 우리은행 베이징지점은 한국에서 송금된 돈을 환전해 줄 때 전신환 매입 환율로 달러당 6.9999위안을 적용했다. 이 은행이 6위안대 환율을 적용한 것은 처음이다.

이 은행 김선 과장은 “올 들어 3개월 만에 위안화는 미국 달러에 비해 4%가량 절상됐다”고 말했다.

10만 명을 넘어선 중국 유학생과 연수생은 이미 6위안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인터넷 카페 ‘북경 유학생 모임’은 홈페이지에 환율 정보를 수시로 제공하고 있다. 한국 기업 임직원들도 줄어든 체재비 때문에 씀씀이를 줄이고 있다.

4만 개가 넘는 중국 내 한국 기업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중국한국인회 김도인 부회장은 “중국에서 사업하는 한국 기업인들의 경우 물가 상승에 따른 원자재 부담에다 환율 급락 때문에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정책적으로 위안화 강세를 용인하고 있기 때문에 뾰족한 대책도 없다”고 덧붙였다.

◇위안화 더 떨어진다=위안화 환율은 2005년 7월 중국 정부가 고정환율제를 포기한 이후 최근까지 15% 절상됐다.

관리변동환율제의 일종인 바스켓 통화제도를 도입하면서 중국 정부는 당시 달러당 8.28위안이던 환율을 8.11위안으로 2.1% 전격 인하했다. 2006년 5월에는 달러당 8위안대가 처음으로 무너졌다.

중국 인민은행은 이르면 다음달 초 달러당 6위안대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민은행은 홈페이지에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하는 기간인 4월 첫주에 7위안대가 붕괴될 것”으로 예상했다.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6.35위안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최근 이뤄진 선물환 거래에서 12개월 후 위안화가 6.3295에 거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위안화 환율이 향후 3~6개월 안에 10~12% 정도 추가 절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외환은행 베이징지점 관계자는 “기업들의 경우 결제 대금을 달러가 아닌 위안화로 받는 것을 고려해 봐야 한다”며 “유학생들은 몇 개월치를 묶어 미리 송금받는 것도 방법”이라고 외환은행은 권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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