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KT와 '한판' 붙은 사연

중앙일보

입력

요즘 온라인에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청구된 전화요금을 두고 KT와 한바탕 싸움을 벌였다는 네티즌들의 이야기로 시끌벅적하다.

KT의 ‘맞춤형 정액제’라는 집전화 요금제에 가입한 사실을 모르고 있던 이들이 “무단 가입돼 몇 년 간 수십 만원이나 요금을 더 내고 있었다”며 잇따라 환불 요청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맞춤형 정액제’는 월평균 통화요금에 일정 금액을 추가로 내면 시내외 전화를 무제한 쓸 수 있는 요금제다. 평상시보다 많은 전화통화를 원할 경우 이득을 보는 것으로 2002년 9~12월 한시적으로 시행됐다. 그러나 당시 과열 경쟁 등으로 인한 무단 가입 의혹이 일어 참여연대와 YMCA 등 각종 시민단체로부터 지적을 받기도 했다. 결국 KT는 2002년 11월 모 신문 지면에 “가입 권유 과정에서 일부 사원들이 고객의 동의 없이 가입 처리한 사실이 있다”며 “번거로움과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사과문을 올렸다.

이후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 했으나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최근 스포츠 관련 대형 커뮤니티의 게시판에 한 네티즌이 “KT와 한판 붙어 환불을 받아냈다”는 글을 올렸고 이와 비슷한 체험 글이 하루 이틀 사이에만 무려 300여건 잇따랐다. 게시판은 온통 “빨리 확인해봐라” “나는 얼마, 다른 사람은 얼마더라”는 글로 가득 찼다.

A씨의 경우 “기본료 외에도 매달 5200원이 정액요금 명목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고 전했다. 2002년 12월 6일 가입해 지난 60여 개월 동안 총 32만7600원을 지불했다는 것이다. “부당하게 요금을 청구 당했다”며 따졌더니 상담원은 “실제 사용비를 제한 금액인 23만2250원을 환불해주겠다”고 답했다. A씨는 “휴대폰을 주로 사용하고 유선 전화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점을 악용한 것 같아 더 화가 난다”고 말했다.

B씨는 “나도 모르는 사이 정액제 외에 부가서비스 ‘더블프리’ 요금제에도 가입돼 있더라”고 말했다. ‘더블프리’는 최근 6개월간 일반전화에서 이동전화에 건 요금의 월평균 통화료에 30%의 추가 월정액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무료 통화를 싸게 이용하는 요금제다.

그는 2년 3개월간 매달 9500원이 빠져간 사실을 확인했고 이같은 사실을 따지자 상담원은 “무단 가입됐을 리 없다”며 “원하면 해지해주겠다”고 말했다. B씨는 “부가세 등을 뺀 나머지 19만8000원을 환급 받기로 했다”고 전했다.

KT 관계자는 “당시 가입기간이 3개월로 한정돼있었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판촉 활동을 했고, 그 과정에서 친인척 등 지인 등에게 판매하는 일이 많았다”고 인정하면서도 “유선전화는 가족이 공동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가입 사실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기존 해명을 되풀이했다. 또 “시간이 오래돼 고객 본인이 정확히 기억을 못할 수도 있다”며 “매 분기 마지막 달마다 우편물을 발송해 가입 사실을 안내했고, 가입 의사가 없을 경우 해지 조치했다”고 덧붙였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환불 요청에 대해서도 “가입 경로에 대한 자료가 없을 경우 바로 환불 처리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KT에 따르면 2008년 3월 현재 ‘맞춤형 정액제’에는 시내ㆍ외 구분 요금을 합쳐 모두 720만 명 정도가 가입돼 있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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