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신항 명칭 그대로 써도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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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경남 진해시와 부산광역시에 걸쳐 있는 항만 명칭을 ‘신항(Busan New Port)’으로 결정한 것은 경상남도 및 진해시의 자치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 전원재판부(주심 목영준 재판관)는 27일 경남도와 진해시가 해양수산부(현 국토해양부) 장관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청구사건을 각하했다.

경남도와 진해시는 “새 항만 건설부지 가운데 경남도 땅이 82%나 포함됐는데도 명칭을 ‘신항’, 즉 부산신항으로 결정한 것은 헌법 및 지방자치법상 자치권 침해”라며 심판을 청구했었다.

정부는 1995년 경남 진해시와 부산 강서구에 걸친 지역에서 컨테이너항만 공사를 시작했다. 2005년 1단계 공사를 마치고 당시 해양부 장관 소속 중앙항만정책심의회는 새 항만을 부산항의 하위 항만으로 두고 명칭을 ‘신항’으로 결정했다. 신항은 2006년 1월 19일 개장했다.

부산시는 새 항만이 부산항의 하위 항만인 만큼 ‘부산신항’을 주장한 반면 경남도는 기존 부산항의 명칭을 ‘부산·진해항’으로 바꾸고 새 항만은 ‘진해신항’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헌재는 “지방자치법상 지정항만에 관한 사무는 지자체가 처리할 수 없는 국가사무로 규정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가 새 항만을 지정항만의 하위항으로 결정한 이상 그 항만 구역의 명칭을 무엇이라 할 것인지 역시 국가에 결정권이 있다”고 판단했다.

‘신항’이라고 명칭을 정한 행위가 경남도와 진해시의 권한을 침해했다거나 침해할 현저한 위험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경남도와 진해시는 ‘신항’ 명칭 결정으로 항만 구역과 지자체의 관할 구역이 달라져 관할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했으나 항만구역에 다른 지자체의 명칭이 사용됐더라도 그 관할 주체가 변경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복기 헌재 공보관은 “지방자치법 11조에는 지자체가 처리할 수 없는 국가 사무가 규정돼 있는데, 여기에는 지정항만을 비롯해 고속국도·일반국도·국립공원·국가하천 등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따라서 향후 명칭이나 소관 등을 이유로 국가 사무에 대한 지자체 간 분쟁이 발생할 경우 이번 결정과 같은 취지로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신항은 동북아 물류 허브를 목표로 지어졌다. 총 9조1542억원(정부 4조1739억원, 민간 4조9803억원)이 투입된다. 2011년까지 모두 30개 선석을 건설하고 329만 평의 배후부지를 개발할 예정이다. 정부는 경쟁 항만인 중국 상하이의 양산항 개발을 의식해 신항 3개 선석을 당초 예정보다 1년4개월 앞당겨 준공했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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