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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보존회장 피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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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보존회장 김재학(81·사진)씨가 26일 오후 6시15분쯤 경북 구미 상모동의 박 전 대통령 생가 마당에서 20대 청년이 휘두른 흉기에 머리 등을 맞아 숨졌다. 경찰은 사건 직후인 6시30분쯤 용의자 강모(27)씨를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목격자 김모(50)씨는 경찰에서 “생가를 구경하기 위해 들어갔는데, 옷을 벗은 채 피를 흘리고 쓰러진 사람 옆에 벌거벗은 사람이 있어 신고했다”고 말했다. 경찰이 출동하자 강씨는 나체 상태로 도주하다 사건 발생 장소에서 1㎞가량 떨어진 D축산 옆 공터에서 붙잡혔다.

경찰은 “강씨가 김씨의 옷을 모두 벗긴 상태에서 끈으로 손과 발을 묶고 옷가지로 입을 틀어막은 뒤 생가에 있던 농기구로 머리 등을 내리쳐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구미 시내 한 가전 대리점에서 에어컨 설치 보조 기사로 일하는 강씨는 경찰에서 “생가 마당에서 쓰레기를 줍고 있는데 김씨가 나가라고 하는 바람에 화가 나서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구미경찰서 정우동 서장은 “정치적 의도나 배후 여부를 조사하고 있으나 강씨가 횡설수설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강씨의 정신병 전력을 확인하고 있다.

숨진 김씨는 구미의 한 초등학교 교장으로 있다 1987년 퇴직한 뒤 생가보존회를 만들어 박 전 대통령의 생가를 관리해 왔다. 김씨는 생가 부근에 집을 두고 있으면서도 거의 매일 생가에 머무르면서 방문객을 맞아 왔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18대 총선 선거 운동을 위해 대구 달성군에 머무르고 있는 박 전 대표는 소식을 듣고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느냐, 참으로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 전 대표는 사건 바로 전날 생가를 방문했었다.

구미=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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