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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국립국악관현악단 창단공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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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중국악기가 「개량악기」로 둔갑한 편종.운라.모듬북이 국악계의「뜨거운 감자」로 남아있는 가운데 국립국악관현악단(단장 朴範薰) 창단공연이 지난 20~21일 국립극장 대극장에서 열렸다.빗발치는 여론의 화살 때문인지 편종은 『국내제작이 불가능해 특별히 중국서 주문제작한 것』이라고 프로그램에 밝혔고 시연회에서 중국틀까지 그대로 썼던 운라는 개량악기 목록은 물론 무대에서도자취를 감췄다.
이날 공연은 국립극장 전속단체들에 음악을 제공한다는 창단의도는 돋보였으나 결과적으로 물량공세를 내세운 외화내빈(外華內貧)의 잔치였다.「들을 거리」보다는 원형무대와 영사막을 설치해 어우러진 춤과 영상이 「볼거리」에 만족해야 했다.「 악기개량」을통해 음량을 키웠다면 그 많은 마이크와 대형 스피커는 왜 필요했던 것일까.
박범훈의 『춤을 위한 나나니』는 일부 서양의 단조화성을 구사했으나 나머지 부분과 어울리지 않았고,춤과 독창을 제외한다면 관현악 단독으로 음악을 이끌어 나가기 힘든 곡이었다.
백대웅의 『오월의 노래』는 박용구의 오페라대본 『춘향전』중 광한루 장면을 음악화한 것으로 「창극」보다 신파조 뮤지컬을 연상케 했다.
안숙선은 뮤지컬 주역을 맡아 힘든 표정이 역력했다.또 국악과서양의 화성을 오가는 양식적 일관성의 결여로 「짜깁기 음악」이돼버렸다.동요.민요 메들리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그러나 이건용의 『청산별곡』은 정악.민속악 어법의 무리없는 연결과 합창의 안정된 기조로 뛰어난 구성력을 발휘했다.
〈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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