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분석실>LG소방수 김용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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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근소한 점수차로 앞서고 있는 경기의 6회이후 LG불펜에선 마음씨 좋은 아저씨처럼 순한 인상의 투수가 몸을 푸는 것을 어김없이 볼 수 있다.
그는 선발투수 또는 중간계투요원의 힘이 떨어져 위기에 몰리는8회에 마운드에 올라 특유의 제구력으로 위기를 벗어나며 승리를확정짓는다.
지금까지 11년동안 프로 최초로 4백경기에 출장,2백18세이브 포인트의 대기록을 달성하고 만35세가 된 올해도 세이브포인트부문에서 1위(16세이브포인트)를 고수하고 있는 LG 마무리투수 김용수(金龍洙)다.
김용수는 투수로는 다소 왜소한 체구(1m76㎝,72㎏)를 타고났지만 이광환(李廣煥)감독의 배려아래 가장 선진적인 세이브투수의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무리없는 투구동작으로 연투가 가능하고 직구와 변화를 원하는 곳에 정확히 찔러넣을 수 있는 제구력이 특히 강점이다.
또 유리하게 볼카운트를 이끈뒤 승부구로 사용하는 포크볼과 예리한 슬라이더는 한 경기에 단한타석밖에 상대할 기회가 없는 타자들이 적응하기 까다로운 구질이다.
매경기 불펜에서 몸을 풀며 대기해야 하는 마무리투수는 체력소모가 크기 때문에 35세라는 나이로는 벅찬 임무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金은 스스로 성실한 체력관리를 하고 있는데다 투구이닝을 최소화하려는 李감독의 배려로 아직 체력에서는 전혀 문제를 드러내지 않고 있으며 당분간 최다출장부문과 구원부문의 신기록 행진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金보다 확실한 마무리투수로 자리잡아가던 쌍방울 조규제(曺圭帝)나 롯데 박동희(朴東熙)가 부상과 그밖의 문제로 더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마무리는 그임무의 성격상 자기관리에 뛰어나지 않고는 오래 배겨날 수 없는 자리다.또 감독이나 코칭스태프의 합리적인 관리가뒷받침되지 않고는 투수층이 두텁지 못한 국내프로야구에서 장수하기 쉽지않은 자리다.
이런 면에서 35세의 김용수는 마무리투수 본인의 자세와 이를활용하는 구단및 코칭스태프의 인식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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