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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숏컷""애정만세"독특한 연출 2편 화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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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주의『애정만세(愛情萬歲)』에 이어 이번 주말에『숏컷』이 개봉됨으로써 상영중인『비포 더 레인』과 함께 93,94년 베니스영화제 그랑프리수상작 세편이 관객끌기 경쟁을 벌이게 됐다.수상경력을 떠나『애정만세』와『숏컷』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두 작품 모두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지 않는 독특한 연출을 고집하고 있는 감독의 작품이란 사실 때문이다.이런 이유로 대중으로부터「도대체 대중성은 고려하지 않은」막되먹은(?)영화라는 소리도 감수해야 했다.
『애정만세』는 처음 20분간 대사가 나오지 않고 영화 내내 삽입곡이 전혀없다.러닝타임이 3시간10분인『숏컷』은 줄거리를 추릴 수 없을 정도로 수십개의 에피소드로 짜깁기돼 아예 흥행을염두에 두지않는 감독의 옹고집이 드러난다.
그러나『숏컷』은 미국 인디영화의 거장 로버트 알트먼의 모든 것이 집약돼 있다는 대표작.소시민들의 일상적 삶과 사랑에 대한위선을 블랙코미디로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겉으론 그런대로 영위되고 있는 맹목적인 삶이 얼마나 취약한 기반 위에 존립하는가를 보여준다.TV앵커.경찰관.분장사.재즈가수.폰섹스 상대자 등다양한 군상들이 등장해 서로 얽히고 설키며 일으키는 수많은 일상사들로 짜깁기돼 오늘날 미국의 만화경이라 할만하다.
헬리콥터의 굉음으로 시작해 지축을 뒤흔드는 강진으로 끝을 맺는 장면은 상투적인 것을 넘어선다.여기엔 세련된 연출에 대한 알트먼의 오만에 가까운 자존심이 자리잡고 있다.그는 최신작『패션쇼』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 영화에서도 연기력이 뛰어난 스타들을 무려 22명이나 동원해 노장의 권위를 과시하고 있다.팀 로빈스.앤디 맥도웰.매들린 스토.잭 레먼.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등. 『애정만세』에는 여성부동산중개인 메이와 길거리 옷행상 아정,납골당을 파는 시아오강이 등장한다.시아오강이 우연히 주운 열쇠로 빈 아파트에 잠입하고,아정과 메이는 하루를 즐기기 위해역시 이 아파트에 들어온다.아정이 메이가 떨어뜨린 열쇠를 주워역시 이 아파트에 잠입하게 되면서 시아오강과의 기묘한 관계가 맺어진다.
후샤오시엔과 양덕창에 이어 이안감독과 함께 대만 뉴웨이브 2세대감독으로 불리는 차이밍량(蔡明亮)감독은 사랑에 굶주린 세명의 도시인을 통해 현대 대만 사회를 풍자하고 있다.
두 작품에는 닮은 점도 많지만 대조적인 면도 적지 않다.
똑같이 파편화돼가는 개인의 고립과 상실감을 냉철한 관찰자 시각으로 그리지만 배우의 연기와 카메라기법 등은 대조적이다.
『애정만세』는 대사를 가능한한 줄이고 롱테이크를 주로 쓴다.
관객들은 영화에 개입할수 있는 많은 기회를 제공 받는다.반면『숏컷』은 잦은 컷과 쉼없이 떠벌리는 연기,시종일관한 냉소적 시선으로 인해 숨이 막힐 지경.
유모와 위트를 곳곳에 집어넣은 것도 닮았다.『애정만세』는 상황으로,『숏컷』은 툭툭 내던지지만 의미심장한 미국식 농을 통해보여준다.
李揆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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