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현장관찰] 손학규 공중전 vs 박진 지상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한국정당학회 소속 임성학 서울시립대교수가 23일 오전 서울 종로선거구 박진 한나라당 의원의 사무실을 방문해 총선 전략 등을 취재하고 있다. 임 교수는 이날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의 선거사무실도 방문했다. [사진=오종택 기자]

종로구는 전통적으로 전국의 정치 흐름에 민감하고 역대 총선 때마다 격전지였다. 특히 이명박·노무현 대통령이 모두 이 지역구를 거쳐갔다는 점에서 한국정치 1번지라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그 종로 선거구가 이번 총선에서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가 야당 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며 출사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에선 박진 의원이 이곳에서만 3선을 노린다.

4년 전 17대 총선에서 1, 2위 간 득표 차가 0.7%포인트밖에 안 된 격전지여서 어느 누구도 안심할 수 없다.

종로는 보수적인 성향의 유권자가 많이 사는 서부벨트, 진보적인 성향이 강한 동부벨트, 그리고 중립지대로 뚜렷이 구분된다.

17대 총선 비례대표 정당별 득표에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간 차이가 가장 컸던 서부벨트의 평창동, 동부벨트의 창신 2동 유권자들을 만나봤다. 양당의 득표 차가 작아 중립지대로 분류되는 종로 5, 6가동과 충신동, 사간동의 주민들과도 얘기를 나눴다.

정치 1번지답게 대부분 선거에 대한 관심이 컸다.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인데도 박 의원과 손 대표의 출마 사실을 알고 있었다. 자유선진당 정인봉 후보의 출마도 대부분 인지하고 있었다.

기존 서부·동부벨트 유권자들의 성향 차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창신 2동에서 철물점을 운영하는 50대 남성은 “박 의원이 지역을 위해 별로 한 게 없다” “이 대통령의 당선으로 불법을 해도 돈만 벌면 되는 세상이 됐다”고 여권 전체를 비판했다. 반면 평창동에 거주하는 70대 주부는 “경제 살리기가 급선무고, 한나라당의 안정적 국정 운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립지대인 사간동의 30대 시민운동가는 자신이 진보 성향임을 내비치면서도 아직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유는 “여러 세력을 원칙 없이 규합한 민주당이 견제세력으로 적합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권자들이 소권역별로 다양한 정치적 성향과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역동적인 종로 선거구의 특징은 18대 총선에서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3월 23일 오전 9시30분엔 박 의원 선거사무소를, 한 시간 후엔 손 대표 선거사무소를 방문했다.

두 사무소는 분위기부터 달랐다.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박 의원 사무소는 조용하고 차분한 데 반해 손 대표의 사무소는 많은 선거운동 관계자들로 부산했다. 규모 면에서도 2~3배 컸다.

견제론·안정론 외에 두 후보가 드러내고 있는 선거 전략의 중요한 차이는 박 의원의 지상전과 손 대표의 공중전이었다.

박 의원은 지역구 현역 의원이란 이점과 지역 연고를 강조하며 지역구민을 맨투맨으로 파고드는 지상전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반면 손 대표는 제1야당 대표라는 전국 인지도의 이점을 살리며 야당 살리기를 위한 자기 희생, 민주주의의 견제기능 등을 강조하는 선거전을 전개하고 있었다.

과열 경쟁에 따른 네거티브 선거전도 예상됐다. 박 의원 측은 손 대표의 한나라당 탈당 전력, 지역연고 부족 등을 제기할 태세였다. 손 대표 측은 박 의원의 지역구 활동 실적 부족과 특권층 이미지를 강조한다는 복안을 내비쳤다. 16대 총선에 종로에서 당선된 자유선진당 정인봉 후보는 이 지역에서만 네 번째 출마라 인지도에서 두 후보에게 밀리지 않았다. 
글=임성학 교수·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 사진=오종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