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여객기납치 이모저모-오움敎 망령이 빚은 촌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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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1일 발생한 전일본항공(ANA)여객기납치사건은 일본의 「오움敎 신드롬」이 빚은 해프닝으로 끝날 것 같다.지난 3월20일도쿄(東京)지하철에서 12명이 숨지고 5천5백명이 부상한 독가스살포사건이 발생한 이래 일본전역은 「오움교 망 령」에 시달려왔다.사건은 경찰특공대의 새벽 기습작전으로 별다른 인명피해 없이 수습됐지만,일본경찰은 휴직중인 50대 은행원인 범인이 드라이버와 비닐봉지만으로 3백65명의 승객과 승무원을 장시간 제압한 데는 승객들의 오움교에 대한 공 포감이 큰 몫을 했다고 보고 있다.
한편 대형사건들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국민적 눈총을 받아 온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정권은 이번 사건을 해결함으로써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정치권에서는 참의원선거(다음달23일)를 앞둔 시점에서 연립여당이 국정운영능 력의 큰 시험대를 무난히 통과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범인 구쓰미 후미오(九津見文雄.53)는 길이 20㎝ 가량의 드라이버 한 개와 2개의 비닐주머니,그리고『플라스틱 폭탄을터뜨리겠다』『아사하라 오움敎교주를 위해 범행했다』『기내에 내 동료가 있다』는 협박성 발언만으로 승무원과 승객 들을 꼼짝 못하게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경찰은 범인이 오움교와 별 관계가 없으면서도 오움교의 악명(?)을 범행에 이용한 것으로 추측.범인은 특히 기내1,2층을 오갈 때도 2개의 비닐봉지 만큼은 꼭 손에 들고 있었으며 그중 노란색 봉지 안에는 액체물질이 들어 있어 사린 독가스 원액으로 오인하기 쉬웠다고 승객들은 증언.
범인이 체포될 당시 승객과 승무원들은 대부분 테이프로 입막음당한 채 두손이 비닐테이프로 묶인 상태.범인은 22일 새벽 휴대폰을 통해『지금 한명 해치웠다.5분뒤에 또 한 명을 해치운다』라고 거짓협박을 해 경찰이 한때 초긴장.
○…도쿄都 오타(大田)區에 주소를 둔 범인 구쓰미는 64년 신탁은행에 입사,조사역(調査役)까지 지냈으나 지난해 10월 신병을 이유로 휴직.이 때문에 한때 범인이 에이즈환자라는 說까지나돌았다.범인은 부인과 외아들을 두고 있으나 2 2일 오후 현재 범인의 집은 문이 굳게 닫힌 채 인적이 끊긴 상태.범인은 체포된 뒤 『할 일을 했다』는 말 이외에는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으며 22일 오후까지 일절 식사를 거부.
○…납치사건 대책본부는 21일 자정쯤 무라야마 총리의 최종재가를 받고 작전에 착수.경찰은 22일 새벽2시20분쯤 보도진에게 작전착수 사실을 알린 뒤 보도자제를 요청.
[東京=盧在賢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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