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복제늑대 자매’가 원수된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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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널피와 스널프는 각각 2005년 10월 18일과 26일 서울대 동물병원에서 제왕절개를 통해 태어난 쌍둥이 복제 늑대 자매다. 1년5개월 뒤인 지난해 3월 서울대 수의학과 측에서 “잘 자라고 있다”며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이후 늑대 자매는 서울대공원에 마련된 ‘복제 늑대 특별전시관’에서 생활했다. 유리로 만든 전시관에서 보통 늑대들에 비해 융숭한 대접을 받아왔다. 하지만 지금은 언니 스널피 혼자 이곳을 지키고 있다. 이유는 이렇다. 지난해 12월 어느 날, 동생 스널프가 크게 다친 채 사육사에게 발견됐다. 언니 스널피에게 물려 군데군데 살점이 떨어져 있었다. 깊게 박힌 이빨자국에는 피가 고였다. 스널프는 대공원 내 동물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문턱에 발정기가 오면 서열경쟁을 하는 게 암컷 늑대들의 습성이다. 그래서 사육사들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치료를 받고 돌아온 스널프가 또 언니 스널피와의 싸움에서 져 다시 병원 신세를 졌다. 이러기를 수차례. 둘 사이의 화해를 시도했던 사육사들도 합사(合飼)를 포기했다. 올 2월부터 스널프는 동물병원에 마련된 임시 우리에서 살고 있다.

서울대공원 동물병원 승원우 진료과장은 “복제 늑대들은 태어날 때부터 사람 손에 길러진 탓에 동물 간 의사소통 능력을 전혀 배우지 못해 싸움을 멈추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보통 싸움에서 진 늑대는 ‘내가 졌다’라는 메시지를 보내면서 무리에서 서열이 정해지는데, 스널프는 그 메시지의 전달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일반 늑대들은 부모에게서 이런 과정을 배워가며 늑대 사회에 적응해간다고 한다.

스널피·스널프 자매는 일반 늑대와는 몇 가지 다른 습성도 갖고 있다. 동물원의 일반 늑대들은 먹이가 남으면 땅에 묻어두는 방식으로 식량을 숨겨두지만, 복제 늑대들은 남은 먹이를 그릇에 그대로 둔다. 사납고 공격적인 본능을 가진 일반 늑대와 달리 스널피 자매는 익숙한 사육사가 오면 보통의 개처럼 반기는 등 야생 동물의 성향이 적다고 한다.

자매의 이름은 서울대의 영문약자인 ‘SNU’와 ‘늑대(wolf)’를 합성해 지었다. 한때 ‘복제늑대가 맞느냐’는 진실성 논란에 휩싸이는 수모도 겪었다. 지난해 4월 서울대 연구진실성 위원회가 ‘복제늑대가 맞다’고 공식 확인하면서 ‘명예’를 회복했다.

짝짓기가 한창인 봄이지만 두 복제 늑대는 서로의 짝을 만날 수도 없는 처지다. 승원우 과장은 “이들이 싸움을 끝내는 방법을 모르는 것처럼, 수컷을 만나도 짝짓기 의사를 주고받는 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해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늑대는 보통 2~3세 때 짝짓기가 활발하지만 이들은 이렇게 결혼 적령기를 보내고 있다.

서울대공원은 4월 말께 늑대들의 발정기가 끝날 것으로 보고, 자매의 결합을 재시도할 예정이다. 하지만 다시 겨울이 다가오면 끝나지 않는 싸움을 막기 위해 둘 중 한 마리는 다른 우리에서 살아야 한다. 복제 늑대의 운명일 수도 있다.

글=최선욱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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