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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짱 ‘외팔이’ 레슨 프로 송삼섭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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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어린 시절 사고로 오른팔을 잃은 송삼섭 씨가 왼팔로 스윙하고 있다. 배경은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에 나왔던 외팔이 교관 최관.

그는 왼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오른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로. 경남 창원 시내에서 30분가량 떨어진 마금산 온천 인근의 한 골프 연습장에서 만난 레슨 프로 송삼섭(48)씨다.

그는 요즘 주니어 골프계의 최고 인기 코치 중 하나다. 바지 주머니에 있는 그의 오른팔은 의수다. 그는 외팔이다. 첫인상은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의 외팔이 타자 최관이었다.

폐타이어가 널브러진, 외지고 황량한 느낌의 연습장에서 만난 데다 눈매가 매우 날카로웠고 그의 사무실 옆에 야구 방망이 하나가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학생들이 그를 ‘저승사자’라고 불러서 그런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는 외인구단의 무인도 지옥 훈련에서 표독한 교관이었고 뭍으로 나온 서부구단의 중심 타자였던 냉혈한 최관의 이미지였다.

송 코치는 “아이들이 골프에만 신경 쓰도록 일부러 외진 곳의 골프 연습장을 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학교에 다닐 때 집 옥상 청소를 하다 TV 안테나로 6만6000V짜리 고압선을 건드렸다”고 말했다. 어깨에서 팔을 잘랐다. 발가락도 4개뿐이다. 1년 정도 병원에 있었다.

자동차엔 장애인 스티커가 없었다. “내가 장애인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그는 말했다. “멀쩡한 사람이 조금 편하고 몇 푼 아끼려고 장애인 스티커 붙이고 다니는 걸 보면 한심해요. 그렇게 장애인이 되고 싶을까요.”

1988년 팔이 하나뿐인 일본인이 골프 하는 걸 보고 아는 사람이 그를 골프 연습장으로 데려갔다. 그렇게 골프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건설업을 하면서 어느 정도 돈을 벌던 그는 골프에 빠져들었다.

“골프와 인생이 비슷한 거라고 느꼈습니다. 코스에 해저드도 있고 OB 지역도 있고 트러블샷도 있듯이 팔이 하나 없는 것도 내 인생입니다. 팔이 없다고 아쉬워할 필요도 없고 팔이 있었다면이라는 가정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남과 비교해서 내 마음을 궁핍하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는 승부욕이 강하다. 송 코치는 팔이 세 개 달린 사람에게도 지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쉽지 않았다. 오른손이 받쳐주지 못하니 백스윙 톱에서 클럽이 춤을 췄다.

“셔츠 단추를 열 힘이 없을 정도로 연습을 했어요. 해도 해도 잘 안 돼서 다섯 번이나 그립, 똑딱이 볼 치는 법부터 새로 시작했지요.” 악전고투 속에 3년 만에 싱글 핸디캡 골퍼가 됐다. 75타가 최고 기록이다. 그 정도로는 성이 차지 않았을 게다. 그러나 이 완벽주의자의 골프 이론과 정신력은 최고라는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의 열정을 배우겠다는 사람들이 찾아왔다. 2006년 일본 투어 신인왕이자 아마추어 시절 괴물 선수 김경태(신한은행)의 라이벌이었던 이동환(21)이 초등학교 때 그를 찾아왔다. 송 코치는 “동환이의 눈빛이 워낙 초롱초롱해 레슨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 아마추어 메이저대회 3관왕을 차지한 김영수(한체대)도 그가 키웠다.

이동환의 아버지 이금철씨는 “처음엔 팔 때문에 거부감이 들었지만 워낙 스윙을 잘 보고 기본기를 잘 잡아주는 선생님이어서 아이를 맡겼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에 대한 애정과 정신력 면에서는 최고”라고 했다. 요즘도 많은 주니어 선수가 그를 찾아온다. 그러나 그는 “5명이 넘으면 아이에게 충분한 관심을 줄 수 없고 그건 예의가 아니다”면서 거절하고 있다.

이동환은 지난해 디 오픈(브리티시 오픈)에 나갈 때 송 코치를 초청했다. 그는 가지 않았다. 그러나 “마스터스에 내가 가르친 아이들이 나간다면 함께 가겠다”고 했다.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의 융단 같은 페어웨이에 서 보는 것이 그의 꿈이기 때문이다. 그는 아이들 속에서 자신을 본다. 이동환이나 김영수 혹은 다른 제자가 오거스타 골프장에 섰을 때 송 코치의 꿈은 이뤄지는 것이다.

그의 아이들이 샷을 할 때 그도 샷을 하고, 아이들이 버디를 할 때 그도 버디를 할 것이다. 그곳에 간다면 사라진 오른팔은 그의 마음속에 다시 돋아날 것이다.

글·사진=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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