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찍은 사람 ‘3명 중 1명’ 이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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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민심이 꼭 총선 민심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대선 때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 3명 중 1명은 총선 때 한나라당 후보를 찍을 생각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16~18일 중앙일보가 SBS·EAI·한국리서치와 공동 실시한 총선 패널 여론조사 결과다.

지난해 12월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을 찍었던 지지층은 전체 패널 1370명 중 666명(48.6%)이었다. 이 중 63.7%에 해당하는 424명은 다음 달 9일 총선 때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나머지 242명(36.3%)은 다른 정당 후보를 지지하거나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또 대선 직후 한나라당 지지층이 47.6%였는데,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39.8%로 낮아졌다.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 지지층 일부의 지지 철회는 대부분 견제 심리와 실망감 때문으로 나타났다. 대선 때 이명박 후보 지지자 중 이번 총선에서 다른 정당 후보를 찍겠다는 유권자 가운데 그 이유로 ‘대통령을 견제하기 위해’(40.3%), ‘이 대통령 및 정부에 실망해서’(23.8%), ‘한나라당에 실망해서’(13.4%)라고 대답한 사람이 77.5%에 달했다. ‘다른 정당 후보가 잘해서’라는 응답은 11.9%에 불과했다.

대선에서 역대 최대 격차인 530만 표 차이로 이겼을 때만 해도 총선에서 한나라당 압승을 의심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대통령직 인수위와 새 정부 출범 전후 활동에 대한 민심 악화가 총선 전망을 바꿔 놓은 것으로 보인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이번 국회의원 선거를 “대선 민심이 이어지는 ‘대선 같은 총선’이 아니라 견제 심리가 작용하는 ‘총선 같은 총선’으로 치러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대통령 당선 뒤 불과 100일 만에 치러지는 총선이 ‘밀월효과’는 고사하고 ‘중간평가’라는 총선 고유의 성격을 띠게 되었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 역대 총선 때 패널조사를 이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중앙일보와 SBS·EAI·한국리서치가 여섯 번에 걸쳐 실시했던 대선 패널조사 참여자 중에서 뽑아 새롭게 총선 패널을 구성했다.

마지막 6차 조사(12.20~21)까지 참여했던 2111명 중 1370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컴퓨터를 이용한 전화면접(CATI) 방식으로 진행했다. 2차 패널조사는 총선 직후 실시해 발표할 예정이다.

신창운 여론조사전문기자

◇패널조사=동일한 응답자를 대상으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같은 질문을 반복해 물어보는 여론조사 기법. 조사 시점 사이에 일어난 특정 사건이나 이슈·캠페인이 응답자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를 추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역동적인 선거 과정을 효과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또한 후보에 대한 평가나 투표에 대한 선호를 바꾼 사람을 대상으로 변화 이유와 동기를 정확히 끄집어낼 수 있다. 패널 관리에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지만, 경마식 보도에 머물렀던 선거 판세 분석 수준을 한 단계 높이고 독자에게 정확하고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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