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민심, 총선 표심 될진 미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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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에 대한 지지율 하락과 초기 국정 운영에 대한 실망감 등으로 대표되는 민심의 변화가 4월 총선의 표심으로 표출될 것이란 전망이 일반적으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이번 총선 패널조사 결과에선 그런 전망이 성급한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해 12월 대선 직후의 조사와 이번 3월 조사를 비교하면 전국적 차원에서 지지 판세에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합민주당 지지율이 다소 높아진 대신 민주노동당 지지율이 다소 낮아진 점을 제외하면 거의 비슷한 시기에 실시한 조사 결과라고 착각할 정도다. 새 정부에 대한 실망과 견제 심리로 나타난 민심 변화가 총선 표심으로 연계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음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45~49%에 이르는 충성심 강한 한나라당 지지층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이 지지층은 대선 패널조사가 시작된 지난해 4월부터 현재까지 안정적으로 지지 기반을 형성하면서 추가적인 지지율 하락을 막아주고 있다. 특정 정당에 대한 일체감은 한번 형성되면 장기간 지속될 뿐 아니라 투표와 같은 단기간의 정치 행위 때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둘째, 새 정부에 대한 실망과 견제 심리를 받아줄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태다. 통합민주당의 지지율이 20%에 육박하는 것은 상승세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새 정부의 국정 운영을 비판하는 사람들 중 가장 많은 응답자가 총선 때 통합민주당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했지만 그 비율은 아직 35.1%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다른 정당 후보를 지지하겠다거나 응답 유보, 또는 미결정층이다. 반면 국정안정론을 택한 유권자 중 87.2%가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답하고 있다.

셋째,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실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기대가 줄어들긴 했지만 아직도 60.2%가 국정 운영을 잘하고 있다고 했다.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 한·미 관계 등에 대해선 강한 기대감도 갖고 있다. 결국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실망과 기대를 균형 있게 고려해야 총선 표심에 대한 온도 차이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정한울 EAI 여론분석센터 부소장

어떻게 조사했나

중앙일보·SBS·EAI(동아시아연구원)·한국리서치가 공동 수행한 총선 패널 여론조사는 16일부터 18일까지 사흘간 진행했다. 조사 대상자는 성·연령·지역별 할당 후 전국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유권자 1370명을 무작위로 선정한 것이다. 이들은 지난해 실시했던 여섯 차례의 대선 패널조사에 끝까지 참여했던 2111명 중에서 뽑힌 사람들이다. 이번 조사의 최대 허용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6%포인트다. 다음달 9일 총선이 끝난 직후 2차 패널조사를 실시해 총선 전후의 민심 변화를 추적, 발표할 예정이다.

여론조사팀 명단

▶EAI=이숙종(원장·성균관대)·이내영(팀장·고려대)·강원택(숭실대)·권혁용(고려대)·김민전(경희대)·김성태(고려대)·박찬욱(서울대)·서현진(성신여대)·임성학(서울시립대)·진영재(연세대) 교수, 유성진(이화여대 BK) 박사, 정한울·곽소희 연구원 ▶중앙일보=신창운 여론조사전문기자 ▶SBS=현경보 차장 ▶한국리서치=김춘석 부장·박종선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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