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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클로즈업] 그들이 모인 공간 '태평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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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 고급스러운 '살롱 문화'가 뿌리 내리기를 바라는 기영회 회원들은 그들만의 '살롱'을 갖고 있다.

명지빌딩 20층에 마련된 태평관이다. 소파와 탁자, 국내외 정기 간행물 등이 비치된 이곳은 멤버들에게 항상 개방돼 있다. 덕분에 대다수 회원이 연구와 집필, 독서는 물론이고 외부 손님과의 만남도 이곳 태평관을 활용한다. 그 중 기영회 멤버들이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공간은 태평관 한쪽과 이웃한 '명지대.LG연암문고'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은 좀처럼 대하기 힘든 한국 관련 희귀 외국서적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 중세 이후 근대까지 우리나라를 언급한 해외 고서들이 망라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명지대.LG…'는 16세기 때부터 한국전쟁 발발 전까지 '우리나라 얘기'를 담은 책들을 소장하고 있다.

도서관 측이 전 세계를 돌며 한국 관련 서적 '추적'에 나선 것은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창기 서적 수집은 말 그대로 '알음알음'방식이었다. 여기에는 기영회의 초창기 멤버 중 상당수가 힘을 보탰다. 회원들 중 누군가가 외국 출장을 나가면 몇권씩 구해가지고 들어오는 식이었던 것. 그러다가 본격적인 수집이 시작된 것은 1995년 10월 말께다. LG그룹 측이 해마다 2억원씩 도서 구입비 지원을 약속하면서다.

'1백여권도 못 모을 것'이라는 주변의 회의적인 시각에 자극받은 때문인지 벌써 1만여권의 책을 모으는 성과를 거뒀다. 당장 눈에 띄는 책만 해도 '하멜 표류기' 원본 4종, 조선과 러시아의 만남을 다룬 팀코프스키의 '중국기행', 임진왜란을 다룬 일본의 예수회 신부 '프로이스(Frois)의 저작' 등을 소장하고 있다.

언어별로도 다양해 영국.독일.프랑스.러시아의 서적은 물론 스페인.이탈리아.포르투갈어로 된 책들도 적지 않다. 도서관 측이 발벗고 뛴 덕에 심지어 라틴어 등 희귀 언어로 된 서적도 구할 수 있었다고 한다.

명지대.LG 연암문고 박태근 상임연구원은 "현재 거래하는 국제 고서상만 도 100여개에 달한다"며 "특히 지금까지 수집한 1000여점의 각국 고서목록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귀중한 서지 자료"라고 설명했다.

도서관 측은 일단 올해 6월께 비치한 책의 제목과 내용을 간단하게 알릴 수 있는 목록을 펴낼 계획이다. 이후 내년부터는 대학원 이상의 학자 등에게 제한적으로 열람시킬 방침이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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