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PPING] 춘희, 백화점에 납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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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백화점 공연이 진화하고 있다. 대형 백화점이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열고 있는 연주회·뮤지컬의 수준이 예사롭지 않다. 신세계백화점은 25일 본점 문화홀에서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선보인다. 다음달 세종문화회관 공연에 앞서 선보이는 일종의 리허설이다. 하지만 공연 일부를 편집한 약식 공연이 아니다.

무대 장치나 조명 일부를 옮겨오고 공연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보여주는 정통 오페라다. 신세계백화점은 3만원 이상 구매 고객 300명에게 선착순으로 입장권을 증정했다. 그동안 백화점 문화홀에서 콘서트나 연주회가 열린 적은 많지만 오페라가 상연되긴 처음이다. 최근엔 발레단 공연이나 오케스트라 같은 대형 행사가 심심치 않게 펼쳐진다. 보통 접수 당일 마감되는 일이 많은 만큼 일정을 자주 체크해 빨리 신청하는 게 좋다.

◇연극부터 오케스트라까지 … 공짜 또는 1000원=18일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이벤트홀은 고객 400여 명으로 가득 찼다. 이 백화점이 진행한 음악 공연 ‘아이 러브 뮤지컬’ 행사 때문이다. 공연에 참석한 주부 김민성(32)씨는 “뮤지컬 공연은 보통 10만원이 넘을 정도로 비싸 가기 힘들었는데, 유명 배우가 뮤지컬 해설도 하고 노래도 불러줘 너무 좋았다”고 기뻐했다.

현대백화점은 전국 7곳 매장에 전문 조명·음향시설을 갖춘 이벤트홀을 운영하고 있다. 좌석 규모 500~600석의 어엿한 공연장이다. 이 이벤트홀들은 백화점 문화마케팅의 핵심이다. 한 해에 열리는 행사는 5000여 회, 연간 참여 고객은 100만 명 정도다.

현대백화점 정지영 영업전략부장은 “백화점 차별화 요소로 문화 콘텐트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경쟁적으로 공연의 수준을 올리느라 전문 기획공연에 뒤지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매월 초 백화점 카드 회원들에게 일정을 안내하고 예약접수를 받는다.

◇마에스트로 보러 백화점에 간다 = 2005년 본점 신관을 열며 문화홀을 마련한 신세계백화점은 휴점일을 빼곤 매일같이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연다. ‘마에스트로’ 정명훈씨가 네 번이나 신세계 문화홀에서 공연했고, 첼리스트 정명화씨도 데뷔 40주년을 맞는 올해 첫 공연을 19일 이 홀에서 선보였을 정도다. 이 외에 소프라노 신영옥씨, 해외 유명 피아니스트인 유키 구라모토, 조지 윈스턴도 이 백화점을 찾은 유명 예술가다.

백화점 공연은 우수고객을 대상으로 대부분 무료로 진행된다. 내용은 고급 공연장의 프로그램에 뒤지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특히 공간이 작아 공연 중간중간 예술가와의 대화가 오가기도 한다는 것. 예술가들 입장에선 큰 공연을 앞두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리허설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기는 분위기라고 한다.

신세계백화점 주종필 문화팀 과장은 “예술 마케팅에 감동해 백화점 단골 고객이 됐다는 이가 많다”며 “고급 취향을 가진 고객들이 서로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기회도 된다”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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