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이익 대변하겠다더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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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올해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펀드들은 잔뜩 별렀다. 상장회사 지분을 많이 가진 펀드가 앞장서 주주 이익에 반하는 주총 안건에 적극적으로 반대표를 던지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국내 펀드는 70조원에 이르는 덩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종이 호랑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는 올 들어 14일까지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의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95%가 넘는 찬성 의견을 냈다. 반대는 0.45%(60건)에 그쳤다. 안건의 일부 내용에 반대한 경우도 0.26%(35건)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의결권을 포기하거나 결정 내용을 그대로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코스닥 법인 주총에서는 찬성 비율이 98.9%로 지난해(94.7%)보다 외려 늘었다. 반대는 0.73%에 그쳤다.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일부 대기업 총수들의 과거 배임·횡령 사실 때문에 이들의 이사 재선임에 반대해야 한다는 말도 있긴 했다”며 “그러나 그분들이 다시 그런 일을 할 것 같지도 않고…”라고 말을 흐렸다. 이번 집계 대상에 포함되진 않지만 당초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의 등기이사 재선임에 반대하겠다던 국민연금은 서면으로만 의사를 전달하고 14일 이 회사 주총에 참석하지 않았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가장 많은 반대 의결을 한 기관투자자는 한국밸류자산운용이었다. 남양유업·롯데제과의 재무제표 승인 등 8건에 대해 반대했다. 이어 알리안츠자산운용(7건), 교보투자신탁운용(6건) 순이었다.

코스닥시장에선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서울음반의 음반 사업 부문 매각에 반대한 것이 대표적이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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