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들이 만드는 인기드라마-KBS2 "TV소설-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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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세 중년여성의 삶을 소재로 한 KBS-2TV 아침드라마『TV소설-길』이 주부들 사이에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갈수록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30대 후반의 세 여자.같은 대학에서 무용을 전공했으나 이들은 어느덧 중년의 모습으로 대학교수.주부.무용학원 강사등으로 각기 다른 길 위에 서 있다.
특이하게도 이 드라마의 대본을 쓰는 박지현(34).안금림(31)씨등 두 작가는 물론 연출을 맡은 박영주(38)PD와 세 주인공역을 맡은 연기자 선우은숙(37).정애리(36).유혜리(32) 모두 30대 중.후반으로 서로 엇비슷한 나 이다.그리고이들은 모두 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주부들.PD로 혹은 연기자로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은 이 드라마를 과연 어떻게 보고있을까. 정애리:제가 역할을 맡은 미정은 자존심이 매우 강한여자죠.라이벌이었던 친구(계주)의 애인을 빼앗아 무용을 포기하고 일찍 결혼해 포기한 인생에 대해 적잖이 속상해하죠.결국엔 딸을 통해 꿈을 이루고 싶어 안달하지만 딸이 뭐 엄마 맘 대로해주나요? 실제로 제 딸은 이제 세살이라 잘 알 수 없지만 엄마들이 딸에게 많은 기대를 거는 것,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요.
선우은숙:극중에서 저(선애)는 시어머니.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로 분주하게 사는 여자예요.전업주부고 평범하고…,상황은 좀 다르지만 실제의 나라는 생각이 들어요.다만 극중에서 선애가 자기만의 생활없이 사는 게 아쉬울 때가 많죠.
유혜리:전 제가 맡은 배역이 너무 맘에 들어요.계주는 오로지춤만 위한 외길을 걸어 대학 무용과교수이자 무형문화재 후보까지오른 성공한 여자죠.젊었을 땐 사랑도 해봤고.많은 여자들이 바라는 모습이 바로 계주처럼 살아보는 걸거예요.
『일에 열정을 쏟는 삶이 아름답지만 과연 많은 여성들에게 계주의 삶이 그렇게도 인기냐』는 반문에 세 사람은 『계주의 성공은 일 대신에 가정을 택한 많은 주부들이 살아보지 못한 「특별한 경우」이기 때문에 누구나 꿈꿔볼 만한 삶』이라 고 입을 모은다. 한편 섬세한 시청자라면 이 드라마에 나오는 남성들이 모두 「이상적인 남편」으로 그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간파했음직 하다.선우은숙은 극중 남편(홍요섭)에 대해 『어머니에게도,아내에게도 모두 충실한 남자』라며 『우리 남편(이영하)도 그 랬으면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며 웃었다.
『작가가 모두 여성인 덕분에 긍정적인 남성상을 제시하는데 더욱 중점을 두었다』는게 박PD의 분석.그러나 박PD는 이 드라마가 「여성드라마」로 불리는 것을 단연코 거부한다.『여성의 삶을 소재로 했으나 이 드라마는 궁극적으로 과연 어 떤 가정이 바람직한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가족들이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드라마로 자리잡길 바란다』고 말했다.
李殷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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