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 악연 … 격전지엔 사연이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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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의 공천 결과는 기구한 대진표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부산 남을 선거구.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뒤 탈당계를 내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김무성 의원은 한나라당 정태윤 전 경실련 정책실장과 맞붙게 됐다.

두 사람은 과거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비서실에서 10여 개월 동안 함께 일한 사이다. 정 전 실장이 비서실 차장으로 있던 2001년 5월 김 의원이 비서실장으로 부임했다. 둘의 ‘상하’ 관계는 이듬해 2월 말까지 이어졌다. 김 의원은 민주계, 정 전 실장은 민중당 출신이었지만 이후에도 두 사람은 ‘이회창 대통령 만들기’란 같은 길을 걸었다.

하지만 정 전 실장이 공천을 신청하고 김 의원이 벌금형 전력 논란 끝에 탈락하면서 둘은 어긋났다. 김 의원은 “이번 공천은 친박 죽이기”라며 “마음은 한나라당에 두고 몸은 한나라당을 떠난다”며 탈당했다. 대신 공천을 받은 정 전 실장은 “가슴 아프다”며 “한나라당을 바꿔 달라는 국민적 바람에 부응, 정정당당히 승부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도봉갑에 출마하는 민주당 김근태 의원은 1970~80년대 민주화 운동의 대부다. 한나라당 후보인 신지호 서강대 연구교수도 90년대 초까지 한국사회주의노동당 창당준비위에서 지역책임자로 일한 운동권이다. 하지만 김 의원이 재야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사이 신 교수는 우파로 전향했다. 그는 2004년부터 뉴라이트의 기치를 꺼내 들었다. 신 교수는 요즘 “낙후된 지역에 좌파 정치인이 있으면 더 낙후된다”며 지역을 파고들고 있다. 김 의원 측은 “지금 시대를 이념으로 나누는 것 자체가 낡은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경기 안산단원갑에서도 비슷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진보 성향의 민주당 중진인 천정배 의원에 맞서 역시 우파로 전향한 한나라당의 허숭 메디코 이사가 도전장을 냈다.

신·구 권력 간 대결이 벌어지는 곳도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통합민주당 한명숙 의원은 대표적인 친노파 중진이다. 지난해 경선 때 친노 후보를 자처했다. 한 의원의 지역구인 고양 일산갑에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백성운 전 인수위 행정실장이 도전장을 냈다.

대구 수성을에선 반대 현상이 벌어졌다. 이 대통령의 경선 후보 비서실장과 당선인 대변인을 지낸 주호영 의원에게 친노의 대표인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출사표를 던졌다. 유 전 장관은 이번 대결을 위해 자신의 지역구인 고양 덕양갑을 떠났다.

공천 탈락 인사들의 ‘설욕전’이 벌어지는 곳도 많다. 경기 이천-여주에선 이규택 의원이 미래한국당 후보로, 이범관 전 서울지검장이 한나라당 후보로 승부를 벌인다. 충북 보은-옥천-영동에선 이용희 의원이 민주당 대신 자유선진당 간판을 달고 나선다. 시간 차 설욕전을 벌이는 경우도 있다. 강원의 태백-영월-정선-평창에선 한나라당 김택기 전 의원이 민주당 이광재 의원과 맞선다. 김 전 의원은 2004년 열린우리당 경선에서 이 의원에게 패했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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